수천조원에 이르는 통계단위가 난무하면서 머지않아 조(兆)단위의 1만배에 해당하는 경(京) 단위 통계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총금융자산 잔액은 5천107조9천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천조원을 돌파했다.
개인부문의 금융자산 잔액은 지난해 1천조원을 넘어서 올해 6월말 현재 1천81조2천억원에 달한다.
또 기업과 개인, 정부 등 비(非)금융부문의 부채잔액은 6월말 현재 1천457조5천억원이다.
현재 사용중인 통화지표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지표인 총유동성(M3)은 7월 말잔기준으로 1천345조원에 이른다.
일상적으로 쓰는 통계는 아니지만 한국은행 금융망의 하루 결제액이 평균 120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연간 결제총액은 이미 경단위를 쓰고 있다.
한은 금융망의 연간 결제액은 1997년 9천698조원에서 98년 1경5천256조원으로증가, 1경원대로 올라섰으며 지난해는 2경6천936조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파생금융 거래규모는 2경2천756조원으로 정부예산의 100배가넘는 수준이다.
1경원을 장부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영(0)이 무려 16개나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통계가 전문가들이나 관련기관 실무자들만의 관심사일 뿐 일반인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수치다.
그러나 통화지표인 M3는 국제통계에 자주 인용되고 있으며 한은이 외국기관에보내는 공문에 기재하는 경우 실무자들 사이에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1천300조원에 달하는 M3에 관해 외국기관에 보내는 공문에 기재하거나 외국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설명할 때 '1.3 쿼드릴리언(quadrillion)'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외국인들에게도 10의 15승을 뜻하는 '쿼드릴리언' 이무척 생소한 단어여서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어사전까지 펼쳐 보여야 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외국의 경우 통계단위의 대부분이 10억(billion) 단위로 해결되고 최대치라하더라도 조(trillion) 단위에 그치는 점에 비춰 볼 때 우리나라 통계단위의 인플레이션은 계속 방치하기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화폐액면 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의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