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WBC] 이종범-구대성 '큰 형님 만세'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올라갈 수 있었던 큰 원동력으로 대표팀에서 투타 큰 형님인 이종범(기아)과 구대성(한화)의 맹활약을 꼽지 않을 수 없다. 1970년생인 이종범과 1969년생인 구대성은 우리 나이로 벌써 36, 37세로 친구지간이다. 야구계 속설로 '야구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쎄오리(theory. 영어 씨어리를 독일어처럼 그대로 읽은 것으로 야구판에서는 '경험'를 뜻함)로 한다'는 말이 있다. 베테랑의 큰 재산은 역시 경험이다. 이종범, 구대성 모두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경험을 앞세워 일본을 두 번이나 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WBC 한국팀의 주장 이종범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도쿄 돔에서 열린 일본과예선전에서 1-2로 뒤지던 8회 1사 후 일본의 구원 이시이 히로토시(야쿠르트)로부터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추격의 불을 댕겼다. 결국 이종범의 안타 후 이승엽의 역전 투런포가 곧바로 터져 나와 한국은 승리할 수 있었다.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으로 옮겨 치러진 일본과 리턴매치에서도 이종범의 방망이는 매서웠다. 팽팽한 0의 행진을 벌이던 8회 2사 2,3루의 '빅 찬스'에서 이종범은 평균 시속 147Km의 공을 뿌린다는 일본의 후지카와 규지(한신)의 4구째 직구를 잡아 당겨 2타점 결승타를 기어코 뽑아냈다. 이종범은 경기 후 "볼 2개가 들어오자 내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며 직구가 들어올 것으로 이미 예상하는 노련함을 과시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 힘으로 상대하기 보다는 "공이 들어오는 코스에 따라 밀어치고 당겨치는 '순리의 타법'으로 방망이질을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록 니시오카 쓰요시(지바 롯데)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불의의 일격을 맞기도했지만 구대성은 전날까지 4경기에서 7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벌이며 '대성불패' 신화를 써내려간 핵심 불펜 선수다. 이날 두 타자만을 남겨 놓고 아쉽게 바통을 마무리 오승환(삼성)에게 넘겨줬는데 구대성을 마운드에서 내린 선동열 투수코치는 "대성이가 사실 너무 피곤했다. 홈런만 맞지 않았다면 마무리를 시킬 예정이었으나 컨디션이 떨어져 있어 바꿔줬다"고설명했다. 불혹의 나이가 코 앞이지만 구대성은 선동열 코치가 대표팀 투수 가운데 제일믿는 투수로 맹활약했고 선발 투수 박찬호(샌디에이고), 서재응(LA 다저스) 손민한(롯데)에 이어 투수 13명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공을 몸 뒤에서 숨겨 나오는 '신종 토네이도' 투구폼으로 시속 130Km 중반에 불과한 구속(球速)을 극복한 구대성의 이런 노력이야 말로 노장의 힘인 동시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대목이다. 후배들의 병역 특례를 위해 살신성인한 큰 형님들이 있어 대표팀의 조직력은 경기를 치를 수록 더욱 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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