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인저 교수는 현대 경제학의 주류인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경제예측론(Forecasting)을 실질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을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제 예측을 하려면 시계열 통계분석 기법이 필수적이다. 그레인저 교수는 10년 20년 30년 주기의 데이터 등을 분석해 1~5년 후의 경제 전망 예측을 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
필자는 82년부터 88년까지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레인저 교수로부터 계량경제학을 배웠다. 계량경제학을 수학과 통계학으로 실증적으로 풀어나가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레인저 교수가 학위를 받은 곳은 미국이 아니라 영국. 영국 노팅햄(Nottingham)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경제학과 수학. 두 가지 분야에서 모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곳에서 교수를 지내며 경제학과 통계학을 가르쳤다.
미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60년대 초반이다. 프린스턴 대학에 초빙교수로 첫 발을 디딘 후 미국 학자들과 본격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 후 노팅햄 대학으로 돌아갔지만 74년 UC샌디에이고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샌디에이고 캠퍼스에서만 30년간 재직하며 계량경제학 연구에 전념했다.
그레인저가 UC샌디에이고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가장 큰 행운 중의 하나는 로버트 F. 엥글 교수와의 만남. 시계열 분석의 젊은 대가로 꼽히던 엥글 교수와 우정을 쌓아가며 그레인저 교수는 경제예측모델을 30여년간 가다듬어 왔다. 최근 엥글 교수가 뉴욕대로 옮겨 간 후에도 그레인저는 공동연구를 계속해 결국 노벨상을 공동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두 사람이 함께 연구한 논문들은 실증분석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