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2월 19일] 보케베케족이 꿈꾸는 시설

이경미(MBC 플레이비 콘텐츠팀 팀장)

우리나라와 같이 입시 위주의 교육구조에서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적성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 그래서 휴가나 방학을 통해 자신이 그리던 직장을 체험해보는 ‘보케베케(vocation-vacation)’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번쯤은 직장에서의 일탈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케베케의 시간을 조금 앞당겨 유년시절에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까. 최근 일본 도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KidZania)’는 한마디로 말하면 어린이용 보케베케 시설인 셈이다. 항공사 승무원, 의사, 모델, 소방관 등 산업군 별로 90여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직업을 몸소 체험해보고 자신의 미래 직업결정에 그 경험을 투영할 수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60%로 축소된 상점, 건물, 버스 및 자동차와 거리 등은 사이즈만 작을 뿐이지 현실 도시를 동일하게 재현했다. 기업들의 참여로 실제 작업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어린이들은 생생한 직업을 체험하게 된다.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일을 한 후 임금도 받는다. 어린이들은 스스로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체험함으로써 직업을 이해하고 경제와 사회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키자니아는 연간 방문객이 90만명에 달하고 주말 예약이 수개월간 밀려 있을 만큼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내에도 키자니아가 곧 상륙할 예정이다. 국내 오픈을 앞두고 한국 아이들에게 맞는 체험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은 현실과 동떨어진 수박 겉핥기식 체험이 아닌 직접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이다. 또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할 윤리 및 직업의식까지 심어줄 수 있는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 직업이라는 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직업 체험에 앞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교육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개발은 곧 어린이들이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우리 어린이들이 미래의 직업 선택에 있어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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