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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6월 9일] 보수당의 어리석은 선택

파이낸셜타임스 6월 8일자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 정부는 이번 유럽의회 및 지방 선거에서 완패했다. 야당인 보수당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게 됐다. 브라운 총리가 노동당 내부 분열을 막지 못한다면 보수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곧 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유럽연합(EU)과 관련해서는 당이 영원히 야당에 머무를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보수당이 EU 의회에서 각국 중도우익 정당들이 연합한 유럽국민당(EPP)을 탈퇴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같은 가장 중요한 파트너들과 거리를 두겠다는 그의 결심은 어리석고 역효과만 낼 뿐이다. 결심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EPP는 현재 EU 의회의 다수당으로서 EU 정상회의에 앞서 각국 정부의 지도자들을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가장 많이 모으고 있다. 영국 보수당 및 다른 나라 정당들 간의 연합으로 구성된 EPP는 사회ㆍ경제정책 등에서 폭넓은 합의를 이루고 있지만 구성원들은 유럽통합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도 가진다. 보수당은 EPP 연합을 통해 EU 의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캐머런 당수는 그러나 보수당이 EPP에서 나와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정당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는 몇몇 우익 성향의 유권자들의 표를 얻고자 이를 공약으로 내세워 보수당 당수로 선출됐다. 그가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보수주의, 민족주의, 자유주의 등 이상한 성향의 잡다한 정치 집단들과 연합해야 한다. 보수당은 영국 내에서는 대부분의 사회 및 환경 관련 사안들에서 중도적 성향으로 돌아서 권력을 얻었다. 반면 보수당이 새로 파트너로 삼으려는 정당들은 극히 보수적이다. 체코의 시민민주당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어떤 경고도 무시하고 폴란드의 ‘법과 정의’ 정당은 매우 보수적인 카톨릭계로 민족주의 성향이 짙다. 이러한 정당들이 모여 EU 정책과 관련, 한 목소리를 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보수당의 선택은 정치적 이념에 사로잡힌 행동으로 EU 의회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손상시킬 것이다. 캐머런 당수가 장차 영국의 총리가 되는 데도 현명하지 못하고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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