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3년 8월 발생했던 ‘김대중 납치사건’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최소한 묵시적 승인은 있었다는 판단이 나왔다.
또 이 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씨의 지시에 의해 실행됐다는 사실과 사건 발생 이후 중앙정보부가 조직적으로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실상도 명백히 확인됐다.
87년 KAL858기 폭파사건의 경우 이 사건의 실체가 북한에 의해 자행된 사건으로 그동안 제기돼왔던 안기부의 ‘기획 조작’과 ‘사전 인지’ 의혹 등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단서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김대중 납치사건’과 ‘KAL858기 폭파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실위는 DJ납치사건의 경우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여러 증언이 엇갈리고 있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진실위는 그러나 ▦이후락 부장이 이철희 정보차장보의 반대에 부딪치자 “나는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라며 역정을 냈다는 등의 정황 ▦박 대통령이 사건 직후 관련자들을 처벌하지 않았고 당시 김종필 총리를 파견해 일본과 마찰을 수습하도록 한 점 등을 종합 분석해 볼 때 “박 대통령의 직접지시 가능성과 더불어 최소한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 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진실위의 조사결과에 대해 “진실위가 이번 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범행지시, 살해목적을 인정할 만한 사실을 밝혀내고도 그 결론에서 우유부단한 입장을 보인 것은 유감”이라며 “앞으로 진실이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기다리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의 최소한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는 진실위의 발표에 일절 언급을 자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