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향같은 한국…봉사하며 여생 마칠터"

'한국판 나이팅게일' 스위스여인 인진주씨

인진주(왼쪽)씨가 26일 충북 청원군 내수읍 자택에서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제는 시골 아줌마가 된 한 스위스 여인의 한국 사랑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10월 충북 청원군 내수읍 풍정리에 정착한 미혼의 인진주(59ㆍ스위스명 마거릿)씨. 간호사 출신이어서 동네 주민들에게 ‘한국판 나이팅게일’로 불리는 인씨는 국적은 스위스이지만 올해로 20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고 한국말도 잘 한다. 스위스 베른의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지난 72년 한국 간호사들과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면서 김치와 김 등 한국 음식을 맛봤고 ‘기역, 니은, 디귿’을 배운 인씨가 본격적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생 모임을 통해 방한한 75년. “마치 고향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고아원 등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85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광주ㆍ용인의 보육원 등지서 봉사활동을 겸해 간호사로 일하며 한국인으로 지낸 그는 ‘IMF 한파’로 한때 직장을 잃었지만 서울 은평재활원, 군산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돌봤다. 그러나 2001년부터 관절염이 심해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고 스위스 친구 소유인 괴산군 청안면으로 거처를 옮기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난방이 되지 않아 겨울을 나기가 너무 힘들어 스위스로 돌아갈 생각도 했었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하지만 한국이 좋아서 온 만큼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둥지를 마련, 이사했다. 그가 주목을 받는 진짜 이유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다른 나라의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매월 스위스 정부로부터 80만원의 연금을 받아 생활하면서 몽골(5명),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이상 각 1명)의 어린이 8명에게 2만원씩 16만원을 다달이 송금하고 있다. 인씨는 국내 한 구호단체를 통해 이 같은 자선활동을 10년 넘게 벌이고 있다. 길을 잃었거나 버려진 개를 키우고 있는 인씨는 몸이 불편하지만 앞으로 인근의 초정노인병원에서 일주일에 세 번 가량 간병인으로 봉사할 계획이다. 진주라는 이름은 마거릿의 뜻이라는 인씨는 “다음달 몽골을 방문해 돕고 있는 어린이들을 만날 것”이라며 “스위스에 동생들이 살고 있으나 한국에서 여생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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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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