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街)가 금융당국의 상장기업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한 찬반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규제 완화론자들은 미국 상장기업들의 회계기준을 강화한 사베인옥슬리 법안이 내년부터 외국기업들에게도 적용되고,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의 기업조사도 한층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월가 탈출’과 ‘투자심리 냉각’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규제 찬성론자들은 지난 2002년 엔론사태와 같은 대규모 회계부정을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며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할 스코트 하바드대 법대교수는 “미국 금융시장은 사베인옥슬리 법안과 스피처 효과로 기업들의 상장유지 비용이 증가하고 기업공개를 꺼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시장에 대한 탈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세계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퍼리 손넨펠드 예일대 비즈니스스쿨 학장도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스피처 총장이 무리하게 기업조사에 나서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불만을 사고 있으며, 개별기업 경영진의 퇴진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2년 엔론과 월드컴 등 대형회계부정으로 금융시장이 휘청거린 후 사베인옥슬리법을 도입해 상장기업에 대한 엄격한 외부감사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스피처 총장과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제약, 보험 등 상장기업에 대한 감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높은 회계비용과 엄격한 상장요건을 견디지 못하는 유럽과 아시아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상장을 철회하거나 홍콩과 일본, 런던 등 다른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터샵이 미국 상장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 올들어서만도 10개이상 기업이 나스닥상장을 취소했다. 중국의 대형 항공사인 에어차이나도 지난 주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당초 계획했던 뉴욕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홍콩과 런던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처럼 상장기준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강화 방침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월가전문가들은 스타급 CEO들은 단기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등 부정을 저지를 유혹에 항상 처해있고, 이는 결국 소액 투자자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 투명성을 훼손하는 만큼 규제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