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ㆍ환율ㆍ금리가 한꺼번에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성장'과 '물가'라는 두마리 토끼 중 한마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상승을 용인하든지 아니면 물가를 잡기 위해 저성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30일 재경부와 외환시장에 따르면 3월중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4%나 올랐고 환율은 장중 한때 1,330원선을 돌파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국고채 3년물도 전날보다 0.21%포인트 오른 6.33%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주요 경제지표가 불안해짐에 따라 정부의 통화정책 등 경기조절 수단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고 자금시장의 경색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회복조짐을 보이던 소비심리와 실물경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물가가 불안해지면 제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 돈이 가지 않고 부동자금화가 심화되면서 자금흐름이 더욱 불건전화될 수 있다"며 "추가경정을 하지 않는 이상 재정정책의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도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가 4% 달성 불투명=올들어 물가가 계속 뛰고 있다. 올 1월에만 전월대비 1.1%나 올랐던 물가가 2월에는 다소 안정되는가 싶더니 3월에 또 다시 2월에 비해 0.6%나 상승했다.
3월 물가는 각급학교 납입금과 학원비 등 교육비가 지난 달에 비해 0.31%포인트 오르면서 가장 큰 물가상승요인이 되었다. 유치원납입금은 전달보다 9.6%, 사립대 납입금은 7.1%, 국공립대는 6.6%가 올랐다. 다음으로 농축산물이 0.21%포인트 올랐고 지방상하수도요금도 0.1%포인트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밀감이 2월보다 무려 39.4%가 오르고 감도 29.1%가 상승했으며 고등어는 18.1%, 닭고기 16.1% 올랐다. 이에 따라 3월중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4%나 상승, 통화당국의 물가 목표치인 4%이내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환율과 공공요금이 변수=현재 수요측면의 물가압력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하강하면서 수요측면의 물가상승요인은 미미하기 때문. 그러나 향후 물가에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역시 환율이다. 지난 해 말부터 급등하던 환율이 미ㆍ일경제의 영향을 받아 1,310원도 돌파, 폭등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 원자재 가격이 급등, 수입물가에 반영되면서 공급측면의 물가상승을 주도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0%오르면 물가도 1.5~1.7%가 상승해서 2~3개월후의 수입물가에 바로 반영된다.
정부는 아직은 정부의 물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갑원 재경부 국민생활국장은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며 "환율이 상승하지만 세계 경기의 둔화로 원자재가격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에 환율상승분이 그대로 수입물가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처럼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미ㆍ일경제가 앞으로 계속 불안할 경우 환율이 달러당 1,300원대 이상을 계속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1,230원으로 예상하고 물가목표치를 달성한 정부의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상반기에 억제하기로한 중앙ㆍ지방공공요금도 이익집단들의 반발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계속 억제할 수 만은 없어 불씨로 남아있다.
◇경기부양책에 걸림돌=물가 불안은 금리인하 등 신축적인 통화정책의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오는 6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도 금리를 인하시킬 수 있는 명분이 더욱 약해진다. 금리를 내리면서 경기부양을 하기 어렵고 이는 곧 경제성장의 둔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물가를 포기하든지 성장을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재정ㆍ통화정책수단이 크게 제약을 받아 경기하강시에 대비한 경제운용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정책은 상당부분을 상반기에 예산의 조기집행을 통해서 이미 사용한 상태이고 금리정책은 물가상승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정책을 쓰려면 추가경정예산 등을 편성해야 할 것이지만 재정의 건전성과 구조조정의 약화라는 부작용을 낳아 정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는 것이다. 특히 미ㆍ일 경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경기를 조절할 수단이 없어 침체에 대응할 정책적 수단이 약화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전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