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재정경제부는 그린북(경제동향)에서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6개월 후 경기형편 등을 의미하는 소비자기대지수도 4월에 기준치인 100을 웃돌면서 정부의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싸늘했다. 16일 나온 경제지표만 보더라도 신규 일자리 창출은 부진하고 유통업체의 매출도 전년 동월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는 크게 올라 하반기 물가불안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 내수경기는 살아나지 않은 채 물가만 올라 가계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체 매출 다시 감소세
백화점·대형마트 구매 고객 지난달 4.4%·5.5%나 줄어 지난 4월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구매고객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들 유통업체의 매출도 2개월 만에 짧은 상승세를 마무리하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16일 산업자원부의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 마트의 매출액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형 마트 매출액은 가전문화 제품을 제외한 전부분에서 판매가 부진해 전체적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 줄었다. 백화점 매출도 명품은 꾸준히 팔리고 있으나 다른 제품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2.3% 감소했다. 특히 민간소비 회복지표로 볼 수 있는 의식주 관련 품목들의 경우 대형 마트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4.5~5.5%나 하락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ㆍ할인마트 매출액은 1월 마이너스에서 2월과 3월 상승세로 반전됐으나 4월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를 찾는 구매고객도 크게 줄었다. 4월 구매객수는 대형 마트가 전년 동월 대비 5.5%, 백화점은 4.4% 감소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부진과 관련, "지난해 '쌍춘년 특수'가 있었던 데 따른 반작용 성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매출 감소폭 등을 감안할 때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통계청이 내놓은 '1ㆍ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서도 소득은 크게 늘었으나 이에 비해 지출을 늘리지 않아 소비성향이 참여정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30대 일자리 큰폭으로 줄어
취업자 증가율 7년래 최저…50·60대 일자리는 증가세 30대의 일자리 증가율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수는 2,352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8,000명이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정부 목표치인 30만명 선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를 연령별로 보면 50대와 60대 취업자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7%, 6.6%씩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15∼19세 연령대(-6.0%)와 20대(-2.0%), 30대(-2.4%) 등 젊은층은 취업자가 모두 감소했다. 특히 30대의 경우 지난 2005년 5월(-2.4%)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해 30대 구직자가 체감하는 취업난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의 취업자 증감률은 지난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2006년 10월 -0.4% ▦11월 -0.6% ▦12월 -1.7% ▦1ㆍ2월 -1.7% ▦3월 -1.4% ▦4월 -2.4% 등 매월 뚜렷이 악화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흐름은 고용률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4월 전체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60.2%로 올 들어 첫 60%선을 넘었지만 이를 연령계층별로 보면 40대 이상은 상승한 반면, 30~39세의 고용률 증감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크게 하락했다. 원재료·중간재 물가는 들썩
원유등 원자재값 급등 따라 2% 올라 석달 연속 상승세 인플레이션 선행지표 성격인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와 상품 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 하반기 물가가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는 전달보다 2.0% 올라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월 대비 원재료ㆍ중간재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1.2%에서 2월 1.0%로 상승 반전한 후 3월 2.1%, 4월 2.0%로 3개월 연속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한 원재료ㆍ중간재 물가상승률은 3.9%로 지난해 8월의 7.1%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월 대비 상승률은 올해 1월 0.8%, 2월 2.0%, 3월 3.7%, 4월 3.9% 등으로 오름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원재료 및 중간재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원유와 비철금속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석유제품과 금속1차제품 가격도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서비스를 제외한 재화 부문의 종합적인 인플레이션 측정지표인 최종재의 물가는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지난해 1월 0.9% 오른 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석 달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1.7% 올랐다. 이에 따라 물가가 내수회복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