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밟기 빠진 직장인·주부 늘어<br>춤, 음지에서 양지로 커밍아웃
| 2006 아시아 라틴문화 페스티벌에서 오순희 알마 플라멩카 원장(오른쪽)이 플라멩코를 추고 있다. /사진=알마 플라멩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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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 한 곡 땡겨 보시죠. 몸에 봄이 옵니다!
[리빙 앤 조이] 스텝밟기 빠진 직장인·주부 늘어춤, 음지에서 양지로 커밍아웃
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올해 61세인 김금자(가명) 씨는 요즘도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추억을 자랑하고 다닙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여행을 떠난 금자씨는 어느날 밤 한 바(bar)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바에서 차차차 음악이 나오는 게 아닙니까. 그녀가 라스베이거스에 오기 전날까지도 푹 빠져 배웠던 바로 그 춤의 음악 말입니다.
차차차 음악이 나오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도 창피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 바의 손님들 중 몇 명은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금자씨는 차차차 삼매경에 빠져 춤을 추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30대로 보이는 이탈리아 남자가 함께 춤을 추자고 청하는 게 아닙니까.
손님들은 30대 서양 남자와 60대 동양 여자가 이뤄내는 완벽한 하모니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습니다.
금자씨는 춤을 추면서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금자씨는 그날 밤의 그 짧은 5분이 자기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라고 말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는 것이죠.
이렇게 금자씨는 인생의 황혼기에 생애 최고의 기쁨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느끼게 해준 것은 바로 춤이었습니다.
설마 아직도 춤추는 사람들은 ‘제비’이고, 바람둥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과거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지하실에 숨어서 춤을 추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게 음성적으로 춤 문화가 이뤄지다 보니 그땐 ‘제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환하게 열린 공간에서 춤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퇴근 후 술을 마시는 대신 매일 저녁 춤을 추며 땀을 흘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지요. 보기 보다 운동량이 많아 술과 담배를 끊거나 줄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상에 춤 만큼 즐거운 운동이 또 있을까요? 춤 만큼 자신의 생생한 감정을 온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또 있을까요?
“춤을 추는 동안 나는 살아있었고 춤을 추지 못하는 시간은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았다.”
이만호 한국댄스스포츠 교육협회장이 한 말입니다. 이는 비단 이 회장만의 감정은 아닐 겁니다. 춤 삼매경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기분일 겁니다.
여러분도 불어오는 봄 바람에 맞춰 ‘춤 바람’에 빠져보면 어떨까요?
기왕이면 배우자와 아들, 딸 손 잡고 학원을 찾아보세요. 이렇게 좋은 것을 혼자만 즐기기엔 너무 아쉬우니까요.
가장 많은 이들이 즐기고운동량 많아 다이어트에 좋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춤의 종류는 많다. 그리고 각각의 춤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기 전에 어떤 춤이 자신에게 맞는 춤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오래, 더 즐겁게 춤을 즐길 수 있다.
지난 몇 년 간 로맨티스트들을 '춤바람'으로 이끈 대표적인 춤 세가지를 소개한다.
▲즐겁고 재미있는 유산소 운동 - 살사
살사(salsa)는 다양한 커플댄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춤이다. 그만큼 흥겹고 즐거운 춤이다.
살사의 고향은 쿠바다. 당시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추던 춤이 그 기원이다. 이후 에스파냐가 쿠바를 점령했을 때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흑인 노예들의 원시적인 춤이 가미된 춤이 바로 살사의 모태인 아프리칸 룸바(rhumba)다. 댄스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룸바는 쿠바의 전통 춤인 손(son)에서 유래된 것으로 살사의 모태인 룸바와는 다르다. 아프리칸 룸바가 이후 맘보, 차차차 등의 영향을 받아 진화한 춤 장르가 바로 지금의 살사다.
살사는 자유로운 춤이다. 특정 스텝을 외워야만 출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본 스텝만 배우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응용해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살사를 출 때에는 반사신경이 중요하다. 파트너의 움직임에 자기나름대로 반응하며 출 수 있는 춤이 바로 살사다.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살사는 최고의 춤이다. 다른 춤보다 운동량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살사는 파트너끼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추기 때문에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턴(turn) 동작도 많다. 여자의 경우, 평균 4분 정도 곡에 맞춰 살사를 출 때 수십 바퀴를 돌아야 한다. 손나리 살사인 아카데미 원장은 "살사는 서로 밀착해 추는 탱고와 비교할 때 운동량이 5배 정도는 많다"며 "남녀가 함께 즐겁게 운동하며 건강을 증진하는 데 살사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 배울 수 있는 곳
-살사인 아카데미: (02)517-4203, www.salsain.net
-깐델라댄스스튜디오: (02)565-4008, www.dandeladance.com
남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춤커플간에 느끼는 교감 '매력'
▲몸으로 하는 미묘하고 깊은 대화 - 탱고
'남자의, 남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춤.'
김수경 '아름다운땅고' 원장은 탱고(tango, 아르헨티나 현지 발음은 땅고)를 이렇게 정의한다.
김근형 대한아르헨티나땅고협회장은 "여자는 하루면 배우지만 남자는 1년 넘게 배워야 하는 춤이 바로 탱고"라며 "원래 탱고는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남자들이 절박하게 추었던 춤이었다"고 말했다.
탱고가 그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한 180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의 남녀 성비는 무려 40:1에 이르렀다. 당시 유럽에서 대거 이민자들이 들어왔는데 이들이 대부분 남자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남자들은 여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절박할 수밖에 없었던 것.
남자는 최대한의 배려심을 가지고 여자를 리드하고 여자는 남자의 배려 속에서 마음껏 우아해질 수 있는 춤이 바로 탱고다. 그래서 탱고를 추면 남자는 더욱 남자다워지고 여자는 더욱 여성스러워진다.
탱고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1910년대 프랑스에서다. 남녀가 서로 안고 추는 춤이 소개되자 프랑스 언론들은 탱고를 '서서 하는 섹스'라고 소개했다. 이런 자극적인 보도 이후 탱고는 오히려 프랑스 사교계에 급속도로 퍼졌다.
사실 안고 춘다는 점이야말로 탱고의 가장 큰 매력이다. 지난 200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탱고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한경아 씨는 "서로 안고 추는 춤인 탱고는 상대방의 결점과 상처까지도 감싸주고 위로해주는 춤"이라며 "춤을 추는 두 사람의 교감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야말로 탱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 배울 수 있는 곳
-아름다운땅고: (02)323-4936, www.beautifultango.com
-플로르 땅고 컴퍼니: (02)3442-3062, http://cafe.daum.net/flordeltango
2006 아시아 라틴문화 페스티벌에서 오순희 알마 플라멩카 원장(오른쪽)이 플라멩코를 추고 있다. /사진=알마 플라멩카 제공
기능성보다 예술성 뛰어나고배우기 어렵지만 중독성 강해
▲어려운 만큼 성취감은 최고 - 플라멩코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플라멩코(flamenco)를 배워보자. 플라멩코는 어떤 춤보다 예술적인 면이 강하다. 흥겨움, 분노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플라멩코만한 게 없다. 이런 면 때문에 김태훈 플라멩코 댄스 컴퍼니의 김태훈 단장은 "플라멩코의 성격은 다혈질"이라 했고, 오순희 알마 플라멩카(Alma Flamenca) 원장은 "플라멩코는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처참할 정도의 슬픔과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행복감을 경험해본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플라멩코는 원래 집시의 춤이었기 때문이다. 집시가 누구인가. 이민족의 침략을 받아 고향인 인도 북서부를 떠나 전세계를 떠돌던 민족 아닌가. 아랍, 북아프리카, 그리스, 체코 등을 떠돌다 스페인에 정착한 집시들은 엄청난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비참한 생활을 했다. 그들의 분노와 서글픔을 춤과 노래로 표현한 것, 그것이 바로 플라멩코다.
바로 이 점이 일반적인 춤과 다른 점이다. 플라멩코는 가볍고 흥겨운 일반적인 춤과는 달리 호소력이 강하고 강렬하다. 그만큼 깊이 있는 감정 표현에 적당한 춤이다. 게다가 이 춤은 기본적으로 솔로 춤이다. 듀엣이나 트리오로 추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적 성향이 강한 춤이다. 게다가 연주와 노래에 맞춰 발 구르기 동작까지 구사해야 한다.
그래서 아무래도 다른 춤보다 배우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한번 배우면 중독성이 강하다. 산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나온다. 그런 만큼 하면 할수록 깊이 빠져드는 춤이 바로 플라멩코다.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다 플라멩코의 매력에 빠져 4년간 스페인에서 플라멩코를 배운 오순희 원장은 "플라멩코를 접하기 전 난 유리처럼 연약했다"며 "감정을 강렬하게 표현해야 하는 플라멩코를 접하면서 더 강한 사람이 됐다. 자기혁명을 원하는 사람에게 플라멩코를 꼭 추천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배울 수 있는 곳
-알마 플라멩카: (02)543-3927, http://cafe.daum.net/almaflamenca
-김태훈 플라멩코 댄스 컴퍼니: (02)6414-7940, http://cafe.naver.com/dancesudal.cafe
-코리아 플라멩코 협회: (02)747-7460, www.lolaflamenco.com
한 곡 땡겨 보시죠. 몸에 봄이 옵니다!
"이런 춤도 있어요"
"칠순때 리사이틀 대비 주 3회씩 연습해요"
조금만 운동해도 숨차지 않으세요?
"왜 외고 토플 점수가 아이비리그 대학원보다 높아야 하는지…"
원시 배경 간직한 '中華의 속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