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야누스와 야누아리우스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야누스’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고대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인데 흔히 두 얼굴을 가진 이중적인 모습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시각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다름아닌 이 ‘야누스’라는 신이다. 우리 국민들은 기업에 대해 참으로 양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머리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도 행동은 다르다. 필자가 만나본 대학생들 중 상당수가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기업이 아니면 취직하지 않으려 한다. 대한상고회의소가 최근 실시한 기업 호감도 조사에서도 이러한 야누스적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80% 이상의 국민들이 기업이 우리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고 우리가 의지해야 하는 존재라고 답하면서도 기업 호감도는 보통에도 못 미치는 40점 안팎의 낙제점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기업들의 책임도 상당 부분 있다고 본다. 경제성장 초기 일부 기업의 부정과 정경유착 등으로 인해 부지불식중에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국민들에게 각인됐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 과정에서 기업이 일궈낸 각종 성과 때문에 기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 또한 국민들은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과거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유발한 많은 부분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민들이 과거의 이미지로 현재의 기업을 재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은 기업의 기를 위축시키고 결국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이 거듭났다. 물론 기업들이 잘못했을 때 비판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칭찬할 것은 칭찬하면서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또 피상적인 이미지만으로 비판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비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 역시 정당한 비판이라면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사람들은 야누스가 이중적인 두 얼굴을 가진 ‘문의 신(Janus)’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야누스가 모든 시작을 주관하는 신이라는 점과 바로 이 야누스로부터 새해 첫 시작을 의미하는 ‘1월(Januarius)’이 기원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새로이 변모해가고 있는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출발점으로써 Januarius가 자리매김하고 이를 통해 한국 경제가 한단계 더 도약하는 장밋빛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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