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도박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이는 없다. 시골 읍내까지 파고든 바다이야기와 성인 PC 노름방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은 도박공화국으로 불린다.
문제는 도박에 빠진 사람들이 중산층이나 부유층이 아닌, 월수입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서민들이 대부분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서민층의 사행심리를 노리는 ‘게임이라는 이름의 도박’이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은 ‘바다이야기’에서 대박을 노리지 않는다.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층의 사행심리를 자극해 그들의 호주머니를 탐내는 사업을 정부가 “첨단 게임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 아래 정책적으로 지원한 데서부터 도박공화국은 출범했다.
스탠포드대학이 조사한 미국인의 가치관 연구(VALS)에 따르면 실업자 및 홈리스(homeless)들이 복권과 도박의 주요 고객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여름 우연히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쓸모 없이 내던져진 사막 라스베이거스는 매우 유용한 기회의 땅처럼 보였다.
화씨 112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실내는 쾌적한 가을 날씨를 유지하고 있었다. 도박이라는 비정함과 무질서, 그리고 요행과 폭력이 판치는 도시는 분명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처럼 질서와 치안이 안전한 도시도 찾기 어렵다. 한 블록씩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호텔들이 자신들의 손님을 철저하게 안내하고 보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정된 서비스 환경으로 관광객들은 마음 놓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라스베이거스는 환락과 카지노의 도시에서 휴양의 도시, 가족 리조트형 도시로 완전히 변모해가고 있었다. 저녁 프랑스 서커스단이 펼치는 ‘O쇼’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이처럼 호텔들은 다양한 볼거리로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야회복과 턱시도로 정장한 선남선녀들이 파티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는 관경은 이곳의 라이프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가족ㆍ연인ㆍ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도시’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의 수많은 사람들은 ‘돈을 꼭 따야 한다’는 각오로 기계 앞에 앉아 있지는 않다.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이곳에 들러 얼마간의 돈을 ‘재미로 잃고’ 가는 것이 당연하다. 이들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나 걱정과 시름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누구나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소박한 기대감에 부푼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였다.
전국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바다이야기가 바다 한복판 외딴섬에 위치했더라면 지금처럼 대한민국을 도박공화국으로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