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천리안이 통신상의 성희롱 사건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는 무신경하면서 오히려 피해자의 ID 이름을 삭제했다며 26일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학동호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천리안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19일 밤 천리안 숙녀방에서 `화냥년'이라는 이름의 ID를 갖고 있는 여성이 채팅도중 남성으로 보이는 네티즌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그는 "화냥질을 하겠는가", "이리와.... 가슴을 X고 싶어", "에라이 환냥년아,에미년을 닮아서 환양질이냐" 등의 폭언을 했다.
피해자는 즉시 천리안신고센터에 신고하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천리안측은 가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할 경우 3개월간 ID 정지처분을 내린다"는 경고편지를 보내는 정도의 가벼운 처벌에 그친 반면, 피해자에게는 청소년보호법에 어긋난다며 `화냥년'이라는 ID이름을 삭제하고 다른 이름으로 바꿀 것을요구했다는 것이다.
공동대책위는 "공식사과문을 천리안 등에 게재하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아무런응답이 없는 가해자는 그대로 둔채 피해자에게는 강력한 처벌을 내린 것은 여성 네티즌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리안측은 "화냥년이라는 이름이 다른 네티즌들에게 불쾌감을 조성하는 등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 가해자에게 경고처분을 내리는 정도로 마무리지었다"면서 "피해자는 다른 이름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며 ID자체가 정지된 것은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C모씨(대학생)는 "여자에게 순결을 강요하고 여성의 성적 권리를 무시하는 사회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뜻에서 `화냥년'이라는 이름을 택했다"면서 "이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도 성희롱이 빈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ID 이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