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이 열린다] 도심속 휴식처 다시 우리 곁으로
다양한 조형물·야간 조명 발길잡아192m 정조반차도·문화의벽 장관빨래터 등 보면서 옛향수에 젖기도
임석훈
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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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1일 청계천 물길이 다시 열린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덮인지 44년, 복원 공사에 들어간 지 2년3개월만이다. 콘크리트 더미를 걷어내고 원래 이름인 개천(開川), 즉 ‘열린 천’으로,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시민의 휴식처로 돌아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청계천 복원의 큰 의미를 퇴색시키지는 못한다.
하루 12만톤의 물줄기가 흐르는 청계천은 단순한 도심 재생(再生)이 아닌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의 거듭남을 뜻한다. 복원 이전의 청계천이 성장과 개발 중심의 역사를 대변한다면, 새로 태어난 청계천은 인간 존중과 생명 중시의 새 역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볼거리 많아 3시간 남짓 잡아야, 진출입로는 31곳 = 복원된 청계천 길이는 총 5.84km. 성인 걸음(시간당 4km)으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청계천에는 구경거리가 많아 이것 저것 둘러보다 보면 3~4시간은 족히 잡아야 한다. 다양한 조형물과 역사 유적, 경관, 조명이 발길을 붙잡기 때문이다. 시원한 물줄기와 함께 서울의 문화와 역사를 감상하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청계천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알아둘 게 있다. 청계천의 진출입로는 모두 31곳. 평균 300m마다 진출입로가 있는 셈이다. 이 가운데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경사로가 8개, 계단식이 23곳이다. 무엇보다 숙지해야 할 사항은 청계천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점이다. 비가 많이 올 경우 빠르게 물이 차는데다 물살 또한 급하고 세차 구조상 화장실 설치가 어렵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천변에 있는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시원한 물줄기와 역사ㆍ문화가 환상적으로 조화 = 출발점은 광화문 청계광장. 이 곳에는 100분의 1로 축소해 만든 미니 청계천이 있어 어떤 모양으로 물이 흐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경기ㆍ함경ㆍ강원도 등 8도를 상징하는 ‘8도석’을 바닥에 깔아 청계천의 의미를 더한다. 야간에 경관조명이 쏟아내는 아름다움을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광장에서 조금 내려오면 청계천에 만들어진 다리 가운데 첫 작품인 광통교를 만날 수 있다. 광통교 벽쪽에는 전통 문양이 가득하다. 태조 이성계의 부인인 신덕왕후의 묘를 장식하는 데 사용했던 돌을 그대로 가져다 다리를 만들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흐르는 물길을 바라보며 청계천 왼쪽을 따라 걷다보면 광통교와 삼일교 사이에 큰 그림 타일이 나타난다. 바로 ‘정조 반차도’다. 192m 길이에 폭이 2m에 달하는 이 그림은 조선시대 정조가 어머니의 환갑을 맞아 화성(수원)에 행차하는 모습을 그린 것.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명소는 ‘문화의 벽’. 오간수교 인근에 있는 벽에는 우리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5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청계천과 자연을 주제로 하는 이 작품들을 감상하면 여느 미술관이 부럽지 않다.
◇서민의 애환과 다른 지방의 정취도 만끽= 서민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청계천은 아낙네들의 빨래터로도 유명했다. 다산교와 영도교 사이의 청계천 빨래터에서 방망이를 두들기며 빨래를 하던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미소가 돈다. 하류가 멀지 않은 즈음에 나타난 ‘소망의 벽’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2만여명의 시민들이 꿈과 희망을 담아 타일 위에 그림을 그려 붙여 장관을 이룬다. 비우당교와 무학교 사이에는 청계천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교각이 서 있다. 맑은 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서 있는 교각을 보노라면 청계천의 어제와 오늘이 스쳐가는 듯하다.
청계천에는 서울이 아닌 시골의 정취도 느낄 수 있다. 사과로 유명한 충북 충주시가 고산자교 주위에 사과나무길을 만들어 사과 700여개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 천안시가 심은 능수버들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청계천 여행의 끝자락인 고산자교 주위에 이르면 버들습지가 눈에 들어온다. 어류, 양서류, 조류 등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도록 수생식물을 심어 습지로 만든 곳으로 청계천 복원으로 되살아난 생태계를 접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입력시간 : 2005/09/28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