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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지하에 격리 저장하는 'CO2 포집·저장(CCS)' 기술이 비용 대비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의 하나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CCS는 CO2의 실제적 제거가 아닌 만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태생적 한계로 지적된다.
바로 이 같은 한계를 보완·대체할 신기술로 최근 'CO2 포집·활용(CCU)'이 급부상하고 있다. CCS가 포집한 CO2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단순 저장하는 것이라면 CCU는 CO2를 재활용해 유용한 자원으로 변환한다는 점에서 한층 진일보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여년간 CCU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해온 한국화학연구원 온실가스자원화연구센터 장태선 박사는 "현재 화학원료 합성과 조류(藻類) 바이오연료 생산 등에 CO2를 활용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CCS와의 병행 접목함으로써 온실가스 저감 효과의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너지 전문가들은 다양한 CCU 기술이 모두 상용화되면 연간 약 37억톤의 CO2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CO2 배출량 323억톤의 11.5%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에 주목한 선진국들은 이미 CCU 분야에 선도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은 정부의 연구예산 비중이 CCS에서 CCU로 옮겨졌으며 미국 정부도 수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CCU 분야에 투자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장 박사팀을 필두로 다수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장 박사팀의 경우 고효율 광촉매를 활용해 화력발전소 등 대형 배출원에서 포집한 CO2를 일산화탄소(CO)로 전환한 뒤 자동차와 모니터, 휴대폰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 합성수지 원료인 디메틸카보네이트(DMC)를 생산하는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이전 받은 온실가스 자원화 전문기업 부흥산업사는 현재 화학연 내에 부설연구소를 설치하고 관련 공정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 박사는 "CO2를 CO로 전환할 때는 카본 부산물이 발생하는데 이 공정은 광촉매에 의해 카본을 포함한 유해물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강점"이라며 "경제성 확보가 난제로 남아 있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조속한 사업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CCU 기술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와 환경성을 평가하기 위한 이른바 전과정평가(LCA) 분석기술의 확립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LCA 분석기술이 확립돼야 CO2를 재활용해 생산된 제품의 경제적·환경적·산업적 가치를 정확히 계량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장 박사는 "화학연을 비롯해 모든 정부출연연구소의 임무는 기업이 당장 뛰어들기 어려운 기초기술 연구를 통해 관련 기술과 산업이 태동할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미국 칼텍과 독일 카를스루에공대, 중국 중산대학,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등과의 연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인류 공통 과제인 CO2 문제 해결에 앞장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덕=구본혁기자nbg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