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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 회동에도 불구하고 협상 결렬이 선언된 선거구 획정 협상 뒤에는 여야의 치열한 '수 싸움'이 있다. 겉으로는 양쪽 모두 '국민'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번 선거구 재편을 통해 여야 세력 지형도에서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지난 12일 여야 지도부 4+4 회동 내용을 살펴보면 여야는 한때 지역구를 7석 늘려 253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그만큼 줄이는 안에 의견이 근접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비례대표 의석 수 축소를 받아들이는 대신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용을 요구했다. 여당에 유리한 국회선진화법 개정 카드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절대 안 된다'며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50% 연동형 비례제' 수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정당이 1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300석 중 10%인 30석을 가져가는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50% 연동형 비례제는 여기서 반을 보장해주는 것. 즉 이대로라면 15석이 된다. 이 안을 처음 제안한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소수정당부터 의석 수를 보장해주자고 제안했다.
이 안대로라면 원내 1·2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석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반면 군소정당은 유리하다. 정의당의 경우 현재 약 5% 안팎의 당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례로만 7~8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군소정당들이 약진할 경우 새누리당이나 새정연 자체로는 과반 점유가 어려워질 수 있다.
새누리당이 연동형 비례제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반 의석을 점유하고도 국회선진화법에 막혀 각종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당 입장에서는 최소한 '과반 점유'는 유지할 계획이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당과 야권 전체의 득표 수가 비슷할 경우 야권으로 의회 권력이 넘어가는 결과가 나온다"며 "과반 의석이 무너지는 것은 국정이 마비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번번이 핵심 정책이 가로막히고 있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앞서 선진화법 개정과 50% 연동형 비례를 맞바꾸는 '빅딜'이 막판 무산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청와대의 뜻이 전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새정연은 자체 의석 수로는 손해가 불가피하지만 야권의 과반 점유 가능성이 있는 이 안을 차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중재안이 나온 후 문재인 새정연 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해당 내용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어차피 총선·대선에서 야권 연대는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새정연도 정의당 입장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이 같은 정치적 셈법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한 달간 연장한 정개특위 협상에서도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쪽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현행대로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246석 한도안에서 수도권 지역구는 늘게 되고 그만큼 농어촌 의석 수는 줄게 된다. 4+4 회동에 참여한 한 핵심관계자는 "협상에 나선 8명 중 대부분이 농촌 지역구와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 '농어촌 살리기'에 대한 고뇌의 정도가 다르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