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9·11'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주식 가격이 급락하고 자금이 미 국채와 달러·금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겠지만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추가 테러가 발생하거나 미국·프랑스 등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사태가 확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연준의 첫 긴축 시기도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파리 테러의 후폭풍에 15일 아시아·유럽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3일 미국 뉴욕 증시는 테러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데도 10월 소매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1% 이상 급락하며 마감했다. 요기 데완 하시움자산운용 최고책임운용자(CIO)는 "유럽 증시가 2~3% 이상 추락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미국·독일 국채, 미 달러화 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곧바로 평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11일 191명의 생명을 앗아간 마드리드 폭탄테러 때도 스페인 증시가 당일 2.2% 급락했지만 3월 말까지 회복했다. 2005년 7월7일 테러단체인 '알카에다'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테러로 런던에서 50명이 사망했을 때도 주가가 1.4% 하락했지만 바로 다음날 반등했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가들이 무릎 반사식으로 반응하다가 다른 이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키노우치 에이지 다이와증권 애널리스트도 "테러가 장중 발생했다면 패닉이었겠지만 주말을 거치면서 정보를 소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파리 테러는 연준 통화정책의 변수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다 이번주 발표되는 미 경제지표가 호조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는 17일 발표되는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2개월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10일 전문가 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2%가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제시했다. 이는 10월 초 조사 때의 64%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문제는 IS가 '국가'를 자처할 정도로 규모가 커 알카에다 등 과거 테러세력들과 차원이 다르고 사태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IS는 석유를 돈줄로 삼아 시리아·이라크 등에서 점령지를 넓힌 데 이어 러시아·프랑스·레바논 등에서 무차별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강력 대응' 의지를 천명한 프랑스의 IS 공습이 거세지고 미국도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견할 경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각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테러 우려로 인한 유럽의 소비 위축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달러화 강세, 제조업·수출 부진 등에 시달리는 미 경제도 역풍을 만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작업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최형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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