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절대 반지를 없애는 방법은 딱 한가지입니다. 태초에 만들어진 곳에 넣어야 사라지게 되어있습니다. 이처럼 절대 반지에는 늘 저주가 따라 붙는데요, 북유럽 신화에서 반지가 상징하는 것은 순환을 의미합니다. 반지의 귀환은 낮과 밤이 바뀌거나 봄·여름·가을·겨울 등 계절이 바뀌는 순환적 속성이라는 상징을 띠고 있어요. 생로병사와 같이 삶의 순환을 의미하기도 한답니다.”
5일 고척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북유럽 신화의 세계’의 강의를 맡은 안인희(사진) 박사는 반지의 제왕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절대반지의 신화적 상징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안 박사는 영웅이 등장하는 스토리의 근간에 깔려있는 신화적인 요소를 설명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영웅이야기의 줄거리를 보면 집을 떠나 힘든 모험을 하고 귀한 보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는 북유럽 신화에 드러나는 핵심요소 즉 신화소인데요. 북유럽신화에는 상징물로 반지가 등장하는 데 이 반지이야기의 출전은 중세의 고서 ‘에다’입니다.” 안 박사는 9세기부터 13세기에 걸쳐 고대 노르드어로 쓰여진 가요를 집대성한 에다가 19세기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의 이야기 기본 골격이 되며, 이는 20세기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세의 문학이 어떻게 태동하고 북유럽신화가 유럽의 중세시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는 476년부터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에 발을 디딘 시점까지가 대략 서양의 중세라고 부릅니다. 로마제국의 멸망과 이후 나라가 형성되는 시점까지 1,000여년을 암흑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800년 카를 대제(샤를 마뉴)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고대 로마(문명)와 그리스(문화)의 찬란했던 문화정신을 이어나가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강의는 중세에 등장한 기사와 십자군전쟁 그리고 이슬람문화가 유럽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했다.
전체 5차시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세계의 시작과 종말, 2강. 여신들 그리고 저주 받은 반지, 3강. 중세 기사들의 세계와 십자군, 4강. 슬픈 사랑의 주인공 트리스탄, 5강. 판타지와 현실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