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예산 칼질' 기재부, 자체 예산은 가장 많이 늘렸다

■ 주요 부처별 내년 세출 내역 보니









국고 보조금 사업을 일괄적으로 10% 감축하는 등 재정 개혁이라는 명분에 예산 삭감 칼질을 한 기획재정부가 정작 자신의 내년 사업예산은 가장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급증한 기재부 예산은 경기 진작 등의 용도가 아니라 세수 부족에 따른 '급전' 이자 상환용이어서 곳간 열쇠를 쥔 재정 당국이 나라 살림을 돌려막기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도 소관별 세출 내역'에 따르면 기재부의 내년 예산은 22조2,594억원으로 올해 17조3,339억원보다 무려 4조9,255억원(28.4%) 급증했다. 올해 예산 대비 증가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121.0%)와 금융위원회(57.0%)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규모를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선관위와 금융위의 늘어난 예산 총액은 각각 3,474억원과 7,243억원에 그쳐 기재부와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기재부는 3년 연속 세수펑크가 발생하는 비상 상황에서 각 부에 흩어져 있는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보조 사업 수를 10% 감축하는 등 마른 수건 쥐어짜기를 주도해왔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많은 국토교통부는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1조8,073억원(8.2%) 삭감됐고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8,694억원(14.1%) 줄었다. 해외 자원개발 예산이 대폭 줄어든 산업통상자원부는 1,940억 원(6.8%)이 줄었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부처는 내년도 예산이 총지출 증가율(3.0%)을 밑돌거나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기재부는 어떤 신규 사업이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한다"며 "산업구조가 변하면 예산 배분도 달라져야 되는데 예산을 배정받아야 하는 개별 부처의 입장을 너무 모른다"고 안타까워 했다.

기재부의 예산안 속살을 들여다보면 5조원의 증가액은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증가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4조8,247억원의 금액이 공공자금 관리기금 예수이자 상환에 쓰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8년 이후 일반회계에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공자기금을 통해 국채를 발행하고 그에 따른 이자를 갚고 있다. 공자기금 예수이자 상환 증가액 가운데 4조1,200억원의 자금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세수 펑크가 나면서 공자기금에 주지 못한 이자 3조9,703억원과 연체 수수료 1,519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이를 제외한 수출입은행출자(-1,150억원), 국제금융강화지원(-204억원), 경제발전공유사업(-51억원), 국제금융기구출연(-38억원), 국유재산관리(-23억원) 등 일반 사업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조9,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하면서 공자기금에 주지 못했던 이자를 이번 예산에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갚지 못하면 국고 부담은 더 늘어난다"고 해명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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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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