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시장이 '제주' '전세난' '저금리' 등 3대 키워드로 요약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가 매매·전세가 상승률 1위를 자치했고 전세난 여파와 1%대 저금리가 매매·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친 한 해였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 178개 시·군·구의 지난해 12월 말 아파트 평균 매매·전세 가격과 올해 11월 말 가격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기간에 전국 아파트값은 8.6%, 서울은 10.1%, 경기·인천은 8.5%, 지방은 10.8% 상승했다. 전셋값 역시 올 한 해 동안 전국 15.1%, 서울 18.7% 등의 상승률을 보였다.
뜨거운 제주… 아파트값 60% 껑충
제주 전세시장도 열기 이어져… 서귀포시 11개월만에 69%↑
올 한 해 매매와 전세 시장 공통으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인 지역은 제주 서귀포시다. 서귀포시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9,059만5,000원에서 1월(1억271만4,000원)이 되자마자 1억원을 돌파한 뒤 11월 1억4,371만8,000원까지 올랐다. 11개월 만에 58.6%가 오른 셈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귀포시 동홍동 주공5차 아파트 전용면적 49.87㎡의 경우 지난해 12월 하반기 1억500만원(5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1억6,300만원(3층)으로 55.2% 급상승했다.
중심가인 연동·노형동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제주시 역시 지난 11월 2억3,751만3,000원으로 지난해 12월(1억6,530만7,000원)에 비해 43.7% 상승했다. 노형동 중흥S클래스 미리내마을 전용 149.84㎡는 지난해 12월 4억9,000만원(3층)에서 올해 10월 7억4,500만원(4층)으로 52% 올랐다.
제주의 뒤를 이은 지역은 광주 광산구로 올해 11월 1억8,256만3,000원을 기록하면서 33.9% 올랐다. 이 밖에 △대구 중구 32.3% △대구 동구 30.9% △강원 속초 29.7% △대구 남구 28% △대구 서구 27.8% △전남 나주 27.1% △광주 남구 26.1% 순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전세시장에서도 제주 열풍은 이어졌다. 서귀포시는 11월 1억340만6,000원으로 지난해 12월(6,120만8,000원)에 비해 68.9% 전셋값이 급등했다. 제주시는 39.7%로 3위를 기록했다. 2위는 혁신도시 수요가 많은 전남 나주시로 49.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악 전세난… 대체지역 떴다
외곽으로 밀려난 전세난민… 고양·김포 등 집값 끌어올려
전세난에 서울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서 대체 주거지 역할을 한 인근 경기·인천 지역의 매매와 전세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경우 경의·중앙선과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 전셋값도 고공행진을 했다. 11월 기준 2억6,568만6,000원으로 지난해 12월(2억90만7,000원)보다 32.2% 올랐다.
서울의 '전세난민'이 몰리는 주요 지역 중 하나인 경기 김포시는 매매(16.6%)와 전세(31.8%)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강동 지역 재건축 이주 수요가 주로 몰리는 경기 하남시도 한 해 동안 매매가격이 18.8% 상승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던 지역들을 중심으로 전세난민들이 몰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에서 가장 아파트 매매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은 마곡지구 호재를 등에 업은 강서구로 15.4% 상승했다. 강서구의 11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1,139만1,000원으로 강남 지역에 비해 낮은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에 더해 지하철 9호선 등으로 강남과의 연결성이 높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서울에서는 재건축으로 인해 서초구 아파트값이 14.7% 상승했으며 강남과 강동도 각각 14.3%· 9.5% 올랐다.
저금리의 힘… '상저하고' 장세 연출
매매수요 늘자 가격도 오름세… 집주인은 전세→월세 전환 선호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7월 아파트 매매·전세 상승폭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제주 서귀포시의 경우 올 7월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억3,910만6,000원으로 전달(1억544만1,000원)보다 3,366만5,000원 올랐다. 한 달 만에 아파트값이 31.9% 상승한 셈이다. 서귀포시 전셋값 역시 같은 기간 7,170만2,000원에서 1억50만원으로 40.2% 올랐다. 다른 지역 역시 대부분 6~7월 한 달 만에 약 10~40%가량의 상승폭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6월 기준금리가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내려가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들이 더 낮은 비용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셋값 역시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전세의 매매 전환을 불러일으켜 전세 품귀현상이 더욱 심화돼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