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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스트레스·분노·증오를 마음에 쌓는다. 마치 댐에 물을 쌓는 것과 같다. 댐에 쌓인 물을 잘 관리하지 못해 댐이 터지면 동네를 파괴하고 생명을 앗아간다. 마찬가지로 사람 마음 밖으로 분노와 증오가 터져 나오면 관계가 파괴되고 때로는 남을 죽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죽이기도 한다. 그 분노와 증오는 자신이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자기의 마음을 제어하지 아니하는 자는 성읍이 무너지고 성벽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잠언25:28)."라고 기록돼 있다. 반대로 댐에 쌓인 물을 잘 관리하면 에너지가 돼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된다. 사람도 분노와 증오를 잘 관리하면 자신의 발전에 굉장한 추진력이 될 수 있다. 그 분노와 증오는 사람이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성경에서는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언 16:32)."라고 말한다. 결국 사람의 마음에 쌓인 분노와 증오는 통제하기 어렵지만 통제할 수 있고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누군가 가정에서 분노와 증오를 뿜어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관계에서는 고통 받게 된다. 나아가 사회 전체에 분노와 증오가 쌓이면 사건 사고가 잔혹해진다. 분노와 증오가 잘 관리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해 해결해나가는 체제가 필요한 이유다. 사실 북한 2,500만명의 동포들 마음에 분노와 증오가 70년 동안 쌓여왔다. 어느 북한 이탈 주민이 "북한에서 사랑은 증오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고 주적을 미워하면 할수록, 증오하면 할수록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로 볼 때 북한에서는 사랑 자체를 가르치기보다는 증오와 미움을 기준으로 사랑을 이해하게 하고 사랑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고 개념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북한 사람들이 땅과 정치의 통일을 맞을 때 그 분노와 증오를 그대로 가지고 통합 사회로 들어올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통일국가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분노와 증오가 사회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 환원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을 미리 준비하고 시스템을 이뤄갈 수 있는 사람까지 준비하는 것이 통일 준비를 위한 일들이다.
사실 3만명 가까운 북한 이탈 주민이 북한 사회에서 누적된 분노와 증오심을 남한 사회에 가지고 왔다. 그것을 관리하고 풀어가는 데 실패할수록 그들의 불행이 크다. 그들은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그들이 남한 사회로 들어온 것을 후회하고, 그들을 만나 통일에 준비되지 못한 우리의 자화상을 보면 죄책감을 느낀다. 앞으로 이러한 수치심과 죄책감을 남북한 사람들이 반복해 느끼는 통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탈출해 광야 생활을 했다. 그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많은 불평과 불만과 원망과 분노를 쏟아냈다. 그것은 신을 진노하게까지 했다. 그들이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면서 쌓여온 분노와 증오를 광야로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고 그것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준비하지 못하고 광야로 나왔기 때문이다. 통일은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가 있는 광야로 나오는 것이다. 통합국가는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광야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본다면 분노와 증오를 건전한 에너지로 환원해 통일국가의 발전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충엽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