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경제활성화법과 노동5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거부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으로 박 대통령이 이 명령을 발동하면 해당 법안들이 국회 통과 없이 법률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모든 게 법 해석의 차이일 따름이니까 그 법을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대표실 관계자는 "김 대표의 이 말은 당이 박 대통령에게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라고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급 재정·경제명령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다시 한번 말한다"고 밝혔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헌법 76조 1에 근거한다. 즉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가 어렵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한 현재 상황을 '재정·경제상의 위기'와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로 보고 박 대통령에게 긴급명령 발동을 건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내릴 경우 국회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국회 과반을 점하고 있어 승인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이를 되돌리려면 헌법재판소에 긴급명령 발동 요건이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 또는 국회가 입법권 침해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헌재에 청구해야 하기에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이 가장 최근에 발동된 사례는 지난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집권 초기다. 그해 8월12일 김 대통령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내리고 당일 오후8시부터 금융실명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