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급보증수수료 소송' 기업 먼저 웃었다

법원 "경영 현실 무시한 과세"… 150여곳 수천억대 돌려받을듯



'경영현실을 무시한 처사였다.'

지급보증수수료와 관련해 국세청이 자체 모형까지 만들어 기업들을 대상으로 야심 차게 거둔 수천억원대 법인세에 대해 법원이 21일 "과세를 취소하라"고 기업 편을 들어준 이유다.

이날 소송에서 이긴 LG전자는 지난 2006년 해외 자회사들이 현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지급보증을 하고 보증액의 0.3%를 수수료로 받았다. 신용도가 높은 모회사가 보증을 서주면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대기업은 이 같은 지급보증 전략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국세청은 0.3%의 수수료가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수수료 정상가격 결정모형'이라는 것을 개발했다. 이는 국세청이 자체 개발한 재무모형에 기초한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모-자회사의 표준화된 신용등급을 도출한 후 모회사와 자회사의 신용등급 차이에 따른 가산금리 차이를 '적정 수수료'로 정한 것이다.

이 모형에 따라 적정 수수료와 실제 지급수수료 간 차익분에 대한 법인세 22억3,000만원을 2012년 LG전자에 부과했다.

국세청은 이 같은 방법을 150여개 대기업에 동일하게 적용해 수천억원의 법인세를 걷었다.

하지만 이날 기업 승소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제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이 같은 과세처분이 적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세청 모형에 의한 정상가격 산출 방법은 개별 지급보증거래들의 다양한 조건을 모두 무시한 채 전 세계의 모든 해외 자회사들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정상가격 산출 방법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어서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자회사가 위치한 국가마다 상이한 경제·금융시장 환경, 각기 다른 산업별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과세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업 거래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할 때 해외 자회사가 속한 기업그룹의 신용도도 보기 때문에 모회사의 지급보증 유무에 관계없이 대출금리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대기업그룹의 자회사가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의향서에 따르면 지급보증 차입과 보증이 없는 차입의 대출금리 차이는 0.15%포인트에 불과했다. 현재 대기업이 적용하고 있는 지급보증수수료율 0.1~0.3%가 1~2%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 국세청 주장이 무색해지는 셈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그동안의 관행에서 벗어나 자체 모형까지 개발해 과세한 건 일종의 '모험'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이런 모험적인 과세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급보증수수료 소송에서 대기업 10곳이 일제히 승리함에 따라 남은 60여건의 소송도 기업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리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세금을 부과받았지만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기업들도 향후 적극적으로 세금 반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이번 판결로 '지급보증수수료발(發)'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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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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