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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 시작을 알리는 11일 0시. 하이타오족(해외직구족)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한류 육아' 붐으로 한국 유아동 용품에 관심이 많은 젊은 중국인 엄마들이 알리바바 해외직구 사이트인 티몰글로벌에 입점한 국내 유아동 전문기업 제로투세븐에 몰렸다. 유아용 한방 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 등 관련 제품은 새벽2시가 채 못 돼 80% 이상 팔려나갔다. 박종승 제로투세븐 중국법인 온라인사업부장은 "0시에서 새벽2시 사이에 일부 제품은 품절됐다"며 "전년보다 광군제 매출이 두 배 이상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중 온라인 전체 매출을 광군제가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군제 열기는 폭발적이다. 중국판 유통 축제 덕에 한국 기업들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직구 활성화로 화장품, 유아 용품을 중심으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수혜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11일 이전부터 광군제 열기를 북돋고자 예약판매를 진행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티몰에 입점한 롯데마트의 경우 광군제 특수로 11월 현재까지 매출이 월평균(1억원) 두 배 이상 늘었다. 한방샴푸, 기저귀, 여성 위생용품 등을 필두로 고르게 팔렸다. 같은 시기 티몰에 입점한 이마트는 10일까지 한방샴푸, 홍삼 캔디류 등 중국인 선호 품목 27개를 최저가 대비 10% 할인해 판매했다. 최덕선 온라인마케팅팀장은 "10일까지 7만건 이상, 20억원의 구매예약이 이뤄졌다"며 "예약금을 내지 않은 장바구니까지 합치면 35억원 이상이 11일 하루에 판매된 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에 문을 연 현대H몰 글로벌관도 광군제 마케팅 기간(1~10일) 매출이 10월 한 달치를 두 배나 웃돌았다.
화장품에 대한 하이타오족의 관심도 뜨겁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해 광군제 시작 15분 만에 품절 대란을 빚은 에뛰드하우스 제품들이 올해도 불티나게 팔렸다. '드로잉 아이 브라우'는 예약을 통해 광군절 이전부터 완판될 정도다. LG생활건강은 올 광군제에 알리바바 티몰의 입점 브랜드를 대폭 늘렸다. 기존의 후·오휘·숨·빌리프·수려한·비욘드 외에 이자녹스·더페이스샵 등 6개 브랜드를 추가했다. 특히 한방샴푸 리엔 윤고, 바디피트 귀애랑, 온더바디 등 생활용품까지 강세를 보이며 광군제 예약판매 매출이 지난해보다 7배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장병송 KOTRA 중국사업단장은 "연간 구입할 기저귀를 급여 두 달치를 모두 털어 광군절 하루에 다 산다는 말이 돌 정도로 광군제는 13억 중국 소비자를 흔드는 대형 쇼핑행사로 자리 잡았다"며 "최근 중국 내 모바일 확산으로 결제 편의성까지 더해지며 그 수요가 폭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광군제가 이제 중국 내수시장 진출 시 숙지해야 할 마케팅 키워드가 됐고 전 세계가 광군제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도 제품 브랜딩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기해 수십 만개에 달하는 여러 제품에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정·신희철기자 je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