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검찰총장의 임기


대한민국 검찰의 우두머리는 검찰총장이다. 검찰청이라는 조직의 장(長)이지만 검찰청장으로 부르지는 않는다.

모든 검사를 진두지휘하는 책임자로 권위를 실어주기 위해서다. 청장보다 무게감도 있어 보인다.

검찰청의 전신이 대법원 검사국이고 검사국 수장이 검사총장이었으므로 이러한 해석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초대 검찰총장인 권승렬은 지난 1948년 10월 취임해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상공부 장관 독직 사건을 말 그대로 '법대로 처리'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과 권 총장의 대화는 아직도 전설처럼 전해온다.

"자네는 법이 시키면 밥도 안 먹을 텐가" "예. 법에 밥 먹지 말라는 조항이 있으면 먹지 않겠습니다."

정치 수사를 거부한 2대 총장 김익진은 1년 만에 서울고검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는다.

검찰총장 임기는 40년이 지난 1988년에야 신설된다. 민주화운동의 산물인 검찰청법 12조에는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유명무실하다. 임기제 도입 이후 19명의 검찰총장이 임명됐지만 임기를 채운 총장은 며칠 뒤 퇴임하는 김진태 현 총장을 포함하더라도 7명에 불과하다.

김 총장도 올해 6월 사법연수원 후배인 김현웅 전 서울고검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 사퇴 압박을 받아야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이 '검찰의 독립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임기를 못 채운 이들은 모두 '정치 검찰'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또 임기를 채운 총장들도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을 지켜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덧붙여 기수 문화에 발목이 잡혀 장관과 총장의 선배나 동기는 모두 옷을 벗어야 할까.

인사에 정답은 없다. 인물에 대한 평가도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다르다. 용퇴 문화가 조직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도 있다.

총장에 대한 임기 보장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총장이 소신을 갖고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 임기 2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또 '예측 불가능'이라는 리스크만 제거하더라도 외풍에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2월2일 취임하는 김수남 제41대 검찰총장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공정성을 지키며 임기 2년을 채우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수 사회부 차장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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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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