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KDB대우증권 매각을 놓고 국내 4대 회계법인도 한판 승부를 벌인다.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은 실사를 통한 대우증권의 적정 매각가 산정에서 각각 자문한 인수 후보기업이 새 주인이 될 수 있는 인수가를 뽑는 데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치며 국내 최고 재무·회계자문사를 놓고 불꽃 경쟁에 들어갔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한 KB금융·미래에셋그룹·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10일부터 자문단을 통해 회계 실사에 착수한다. 이는 대우증권의 사업 현황 및 재무제표 등을 확인, 적정 인수가를 책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실사 과정에서는 인수 후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 위험 요인 등도 심층적으로 따져본다.
KB금융은 일찌감치 회계자문사로 삼정KPMG를 확정했다. 삼정은 지난 2013년 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전 당시 KB금융과 NH금융지주의 자문을 동시에 맡은 바 있다. NH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인수자로 결정돼 KB금융은 아쉬움을 삼켰지만 당시 호흡을 맞춘 삼정과 다시 손을 맞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정KPMG와 KB금융의 회계자문사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딜로이트안진을 택했다. 안진과 삼정은 회계업계에서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특히 KB금융이 인수자문사로 미국계 모건스탠리와 KB투자증권을 기용한 것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인력을 활용하기로 해 안진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Y한영은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판 한국금융지주가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면서 빅딜에 관여하게 됐다. 한국금융지주는 삼정을 회계자문사로 내정하며 KB금융과 같은 자문사를 두는 것도 고려했으나 확실한 승부를 위해 최근 삼성과 롯데 간 화학사업 빅딜에 관여하며 큰 건에 강한 한영을 낙점했다.
회계업계 1위인 삼일PwC는 유럽계 크레디트스위스(CS)와 함께 대우증권 매각자문을 맡고 있다. 매도자 측 회계실사도 담당한다. 인수 측 회계법인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삼일의 실사 결과가 대우증권의 몸값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매각가에 따라 삼일의 수수료 수입도 달라진다. 한국회계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오랜만에 한 대형 딜에 국내 4대 회계법인이 모두 빠짐없이 참여했다"면서 "각자 진행한 회계 실사 결과가 대우증권 적정 매각가나 인수가를 결정하는 만큼 역대급 회계이론 대결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증권 매각 법률자문사로 법무법인 광장이 나선 가운데 김앤장(KB금융)과 율촌(미래에셋), 세종(한국금융지주)도 각각 인수 측 법률 자문사를 맡아 인수전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