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예산 반토막 내놓고 '반도체 코리아' 찾는 한국] 약진하는 중국 IT기업

스마트폰 이어 부품·소재·IoT까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5'에 참석한 한국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IFA의 주인공은 삼성전자도 LG전자도 아닌 중국 화웨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가 국내 기업들의 추격자에서 이제는 경쟁자로 격이 달라졌다는 증언이다.

중국 IT 기업의 달라진 위상은 갈수록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완제품 부문만 따라오고 있다는 분석은 과거형이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과 첨단소재 산업은 물론 미래산업인 사물인터넷(IoT) 등에서도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3·4분기 전 세계에서 2,7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71%나 급증해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8,358만대를 팔아 23.7%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시장지배력은 정체된 분위기다. 화웨이는 이제 고급 스마트폰까지 출시하며 삼성·LG·애플과 직접 겨루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까지 자체개발을 추진하며 기술 면에서도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미래산업인 IoT 역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스마트폰부터 정수기·체중계·TV까지 다양한 제품을 파격가로 쏟아내며 국내 소비자들까지 열광시키는 샤오미는 "모든 가전의 스마트화"를 외치며 스마트홈 솔루션인 '미(Mi)홈'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TCL·하이얼 등 중국의 주요 가전업체들도 잇따라 스마트홈서비스를 공개했으며 이르면 내년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과 소재 국산화도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이다. 부품과 소재를 중국에 수출하던 한국 기업들에 치명타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근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XMC를 메모리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업체로 선정한 상태다. XMC는 오는 2017년께 메모리의 일종인 낸드플래시를 자체생산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 기업 스팬션과 협력 중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와 SMIC 같은 현지 기업들이 XMC에 투자할 금액은 무려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AP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스프래드트럼 같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 업계를 압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화권인 대만의 TSMC·미디어텍과도 연대를 공고히 하며 글로벌 위상을 더욱 키우는 처지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갖고 있는 마지막 보루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까지 중국이 쫓아왔다. 에버디스플레이를 필두로 BOE·차이나스타(CSOT) 같은 기업들이 이르면 2017년 OLED 패널 대량생산에 돌입한다. 이때쯤이면 기존 주력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국내 업계는 보고 있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15억명에 이르는 거대한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불량부품을 만들어도 이를 소비해줄 시장이 존재한다"며 "이처럼 설비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거의 없는 중국 기업에 맞서는 한국 기업들에 투자·규제 등 다각도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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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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