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CJ헬로비전을 매각하고 SK그룹과 전폭적인 협력에 나선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려면 핵심사업인 콘텐츠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CJ그룹은 이번 매각과 SK텔레콤의 유상증자로 1조1,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만큼 향후 인수합병(M&A)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J그룹이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CJ헬로비전을 매각한 것은 플랫폼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케이블TV사업자에서 출발한 CJ헬로비전은 잇따라 중소업체를 인수하며 국내 최대 케이블TV 업체로 올라섰지만 전체 플랫폼 시장에서는 이동통신 3사에 밀려 만년 후발 주자에 머물렀다. 전통적인 통신 플랫폼을 앞세운 이동통신사에 맞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꾸려가기에는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차세대 주력사업인 콘텐츠에 집중하고 성장성이 불확실한 플랫폼을 조기에 정리함으로써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금석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매각에서 CJ헬로비전의 모바일TV 서비스인 '티빙'을 CJ E&M에 넘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CJ그룹이 '콘텐츠 온리' 전략에 사활을 거는 것은 지난 2010년 CJ가 발표한 그룹 비전인 '그레이트 CJ'가 이재현 회장의 공백 이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CJ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과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고 전체 매출의 70%를 해외에서 거두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CJ그룹은 성공적으로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26조원, 영업이익 1조원에 그쳤다. 그룹 총수 부재로 전략사업이 차질을 빚고 M&A 시장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마신 것이 결정타였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CJ헬로비전 매각을 계기로 CJ그룹의 M&A 전략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본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이 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성장전략이 절실한데다 1조원이 넘는 실탄마저 확보한 터라 M&A에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 CJ는 코웨이와 동부팜한농 인수전에 가담한 상황이다. 앞서 출소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삼성그룹과 화학 분야에서 빅딜을 단행하고 뒤이어 풀려난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CJ와의 빅딜에 이어 전폭적인 협력 관계에 나선 것도 이 회장을 둘러싼 환경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구속 이후 CJ는 싱가포르 최대 물류기업 인수전에서 탈락하고 수도권 택배 허브 터미널 착공도 무기한 연기되는 등 그룹의 주요 전략사업에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찰에 참여한 코웨이를 비롯해 CJ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글로벌 영화 제작사나 정보기술 콘텐츠 기업 등이 유력한 인수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