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소통과 신뢰-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시간이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 서로가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듣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촉박한 일정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 미팅이 끝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었다. 동아시아 기업인들과 아세안 10개국 및 한중일 정상들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짧게 끝나 버렸다. 처음 시도된 정상들과의 만남이었기에 많은 기업인들이 떠나가는 정상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지난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제33차 동아시아기업인협의회(EABC)'가 개최됐다. 이번 회의가 특히 중요했던 이유는 처음으로 동아시아 13개국 (아세안 10개국 및 한중일)의 기업인 대표들이 각국 정상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번 만남은 의미가 컸다. EABC는 2004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각국 정상들에게 그간의 활동내용을 보고했다. 특히 기업인들의 애로와 희망사항을 직접 전달하고 정상들의 지원을 확약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정상들로서도 각국 기업인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아세안경제공동체(AEC)가 곧 출범할 예정이어서 기업인과 정상들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기업인 대표들은 '중소기업 지원, 전자상거래 활성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속화'를 주요 안건으로 하루 종일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각국 정상들로부터 건의안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회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는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시작됐다. 그나마 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오바마 대통령과의 미팅 일정으로 인해 짧은 시간의 만남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EABC 의장이 보고와 건의내용을 발표한 후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가 잘 들었고 검토하겠다는 의례적인 짧은 발언을 한 것을 끝으로 모든 정상들은 회의장을 퇴장했다.

다행스러웠던 점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만이 퇴장하는 도중에 출구에 모여 있던 기업인들에게 다가가 한국은 EABC에서 건의한 내용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발언하려고 준비한 내용을 시간이 없어 못했는데 나가면서 기업인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회의장에도 다른 정상들보다 일찍 도착해서 기업인 대표들과 악수하며 격려했다. 기업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올 연말 AEC가 발족하면 인구 6억2,000만명, 총생산 2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7위권 규모의 시장이 탄생한다. 한중일 3국이 아세안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 대통령의 기업인들과의 소통 노력이 동아시아 기업인들에게 한국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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