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반대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라

<11> 혁신을 이루고 싶다면

"핵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라!" 미 합중국 대통령이 핵잠수함 함장에게 전통 하나를 내려 보낸다. 곧이어 두 번째 전통이 내려 온다. "핵 미사일 발사를……." 통신 두절 상태가 일어난다. 발사를 실행하라는 건지 중지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 상황에서 함장은 발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부함장은 발사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함장은 자신이 이 잠수함의 최고책임자로서 결단을 내린다고 마지막으로 선언한다. 그리고는 부함장을 즉석에서 해임한다. 그랬더니 부함장은 두 사람이 합의하지 않으면 미사일 발사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미 해군 규정을 들어서 명령불복종을 선언한다. '크림슨 타이드'라는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사실 여기서 두 사람이 불통 상태에 있다는 것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점이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반대자에 대한 대우를 어떻게 하나? 상관이 하는 말에 조목조목 부당함을 지적하면서 대드는 간 큰 부하가 있나? 만약에 없다면 여러분의 조직은 위험한 상태에 있음에 틀림없다. 어떤 조직에서 만장일치가 일찌감치 일어나면 그 결정은 무효다. 이것은 마치 보트를 타고 가다 모두가 벌떡 일어나서 한쪽편에 가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태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우선 리더가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화를 내면 다들 자신의 의견을 감추고 아첨꾼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하는 말이다.

섣부른 만장일치를 방지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반대자의 존재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회사 미팅에서 악마변호인(devil's advocate)을 강제 임명하는 것이다. 이 사람의 역할은 가장 유력한 방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의견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람이 설득되지 않으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 원래 악마변호인은 이렇게 나온 것이다. 중세시대 때 신부로 서품을 받기 위해서는 구두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구두시험 중 가장 혹독한 구두시험은 당연히 악마의 유혹을 극복하고 악마의 논변을 타파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진짜 악마를 신부 서품하는 구두시험장에 불러올 수가 없기 때문에 시니어 신부 중에서 한 명이 악마 역할을 수행해서 구두면접을 하는 것이다. 압박 면접하는 사람들은 대개 악마의 탈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악마를 설득하라.

미국의 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회사의 사장은 좀 특이한 사람이다. 중대한 사안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초안의 형태로 모든 직원들에게 회람하게 한다. 그리고 문제점을 지적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잘 안 한다. 그래서 그냥 해서는 안 되고 모든 직원은 한 가지 반대의견을 반드시 적어내라고 명령을 내린다. 다들 적어낸다. 취합된 의견 중에는 쓸모없는 것들도 있고 또 주옥같은 의견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그것을 반영한 1차 수정안을 다시 돌린다. 이렇게 두세 번 하면 "사장님 그냥 이제는 결단하시죠! 반대할 의견도 없습니다." 그러면 확실하게 실행에 들어간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이 하던 방식, 즉 "동의하지 않기로 동의하자, AGREE TO DISAGREE"다.

혁신을 진정으로 이루고 싶다면 자신의 조직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을 채용해 그에게 반대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 실패하는 이유가 그 반대의 목소리가 너무나 쓰고 아프기 때문에 차라리 귀를 막아 버리거나 그 사람을 자신들의 문화에 동화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쓴소리를 들으면서 자기 반성을 하느니 그 사람을 벙어리로 만들거나 왕따 만드는 것이 더 맘 편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은 외부에 의해서 혁신 당하게 된다.

반대하는 사람을 가까이하라!

불평하는 사람을 우대하라!

아니 아예 반대와 불평을 일삼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를 만들어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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