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그림은 쓰임새가 다양해서 제작의 목적에 따라서 감상법이 달라집니다. 산수화, 화조영모화, 초상화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장르적 구분이라기 보다 그림의 용도별 구분이라고 봐야겠죠.”
6일 저녁 7시, 마포평생학습관 세미나실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김예진(사진) 박사의 고인돌 강좌 ‘미술에 담겨있는 조선’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듣기 위해 금요일 저녁 휴식을 뒤로하고 진지하게 자리를 잡았다. 김 박사는 첫 강의 주제로 ‘산수화-왜 산을 그리나’를 주제로 산수화의 발생배경과 종류 그리고 조선 초기와 중기 그리고 후기와 말기로 구분하여 산수화의 화풍과 용도가 어떻게 변해갔는지에 대해 설명을 했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그는 조선시대 그림의 구성요소인 그림과 글씨 그리고 도장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강의를 풀어나갔다. “조선시대에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 보다는 문인 즉 사대부에 의해 화풍이 발전해 나갔어요. 중국의 문물을 가장 쉽게 접하는 지식층이었으며, 시서화를 자기 수양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림의 기법보다는 그림 전체에 높은 학식과 교양과 도덕을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이었답니다. 그림 속에 적힌 글은 전체 그림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도 합니다.”
김 박사는 동양화에서 산수화가 발생한 배경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에서 산수란 단순히 감상하고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 산과 물에는 도덕과 이치가 담겨있는 곳으로 성찰하고 배워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것이죠. 따라서 덕과 도가 구현되는 공간이거나,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으로서 나타납니다. 또 은둔과 유람의 공간으로서 산수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는 조선시대에 방작(倣作)이 많았던 이유도 설명했다. 방작이란 남의 그림을 참고하되 똑같이 그리지는 않는 나름의 독창성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학식이 높고 처세가 뛰어나 본받을 만 한 사람의 그림을 놓고 따라 그리되 자신의 개성과 방식을 섞어서 그리면서 그들을 닮고자 했어요.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인데요, 조선시대 말기에는 이같은 방작이 더 많아져요.”
김 박사는 조선초기 대표 산수화인 안견의 ‘몽유도원도’ 를 시작으로 조선중기로 넘어가 대표작인 이성길의 ‘무이구곡도(1592)’, 김명국의 ‘설중귀려도(17세기)’ 등의 작품을 통해 시대별 화풍의 특징을 설명해나갔다. “몽유도원도는 조선 초기 최고의 서예가 안평대군의 글씨와 그가 아끼던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안견 그리고 집현전 학사들의 찬시까지 조선 최고의 시서화가 어우러진 걸작입니다. 안견의 꿈을 그림으로 묘사한 1m 남짓한 크기의 그림만 떼 놓고 본다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서 보는 시선을 달리해서 그린 독특한 그림입니다. 조선중기에는 성리학이 기틀을 잡아가던 시기로 산수에 철학을 담아내고 속세를 벗어나는 공간으로서 산수가 묘사되고 있어요.”
강의는 조선시대 미술이 꽃을 피웠던 후기로 넘어가 진경산수화로 새로운 화풍을 열였던 겸제 정선의 ‘금강전도(1734)’ ‘인왕제색도(1751)’ 그리고 천재화가 김홍도의 ‘옥순봉도(1795)’ ‘총석정도(1795)’ 등의 그림을 통해 후기 산수화의 주요 특징을 설명했다. 아울러 조선 말기를 대표하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1844)’ 등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산수화 감상의 팁을 곁들여 설명했다.
5강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좌는 1강. 산수화-왜 산을 그리는가, 2강. 화조영모화-꽃과 새에 담긴 뜻, 3강. 초상화-회화의 사실성이란, 4강. 궁중기록화-궁중행사의 위엄과 멋, 5강. 민화-그림에 깃든 소망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