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노인 일자리, 민간 고용이 관건

정부 재정에만 의존해선 한계… '고령층=낮은 생산성' 편견 탈피

'초고속 고령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되고 있다. 전체인구 대비 노인인구(65세 이상)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서 14% 이상인 고령사회가 되기까지 미국은 73년, 독일 40년, 일본은 24년이 소요됐으나 한국은 불과 18년 만인 2018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 수요에 문제의식을 갖고 소득보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사업(現노인 사회활동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시행 당시 3만5,000여개의 일자리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 33만7,000여개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노인실태조사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20만명이 참여하기를 원해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4년부터 오는 2017년까지 연간 5만개씩 노인 일자리를 확충하기로 하고 실천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노인 일자리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바로 민간 시장이다. 정부 재정지원 노인 일자리의 성장과 동시에 민간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고령층을 고용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에 의존해 창출되는 일자리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민간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노인을 고용하는 사회 풍토가 조성돼야 일자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일선 현장에서 노인 고용을 망설이는 이유를 들어봤다. 가장 주된 원인은 노인들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노인은 건강하며 오히려 숙련도가 뛰어나다. 한 대형마트는 시니어 인턴을 시범적으로 채용한 결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자체적으로 1,000여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일부 대형 극장도 시니어 인턴을 시범 고용한 뒤 전국적으로 확대 채용했다. 노인들의 업무 능력을 높게 산 결과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도 고령 노동력 활용에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부터 베이비부머들의 대량 퇴직이 현실화되고 있다. 2020년이면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인 세대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전문성도 뛰어나다. 기업이 이들을 고용해 생산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베이비부머들은 다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상생하는 구조가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정책적 지원도 필수다. 민간 시장에서는 기업의 투자에 대응하는 정부의 사업비 투자와 지속적인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정책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창출할 의지가 있는 민간기업과 함께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청년희망펀드와 유사한 개념의 노후행복펀드 조성사업도 대안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노인 스스로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퇴직을 하고 일선에서 물러나면 움츠러들어 더 이상의 발전을 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환갑이면 인생의 종착역을 향하던 시대는 옛날 얘기다. 미국의 사회학자 윌리엄 새들러는 수명 연장으로 전에는 없던 '제3기 인생'이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제3기 인생은 건강하게 지내면서 2차 배움과 성장으로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40세 이후에서 70대 후반까지를 의미한다. 앞으로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 후반전을 결정지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재취업 교육을 활성화해 이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고령화가 가속화 될수록 노인 일자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일자리는 경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건강을 증진시키고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그야말로 최고의 노인 복지이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 노인들이 언제든지 나와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본다. 그래야 장수가 축복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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