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1위인 샤오미, 구글이 32억달러에 인수한 가전제어 기업 네스트, 웨어러블 헬스케어기기 업체 핏빗(Fitbit). 이들 기업이 1조원이 넘는 가치를 지닌 기업을 일컫는 이른바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한 것은 물리적 세상과 가상세계의 융합, 즉 O2O(온·오프라인 연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벤처의 조상 격인 메디슨을 세우고 그동안 창업한 16개 기업을 상장시킨 벤처 1세대 이민화(62·사진) KAIST 초빙교수(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는 소유와 공유의 가치가 뒤섞인 혼돈에서 창업의 기회를 찾으라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신기술콘서트'에서 "한정된 자원과 소유가 지배하는 현실세계와 관계 확장·공유가 현실화하는 가상세계가 만나면 예측과 최적화라는 가치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지도·트래픽 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지형에서 최적의 길안내를 해주는 내비게이터 애플리케이션은 O2O 융합의 대표적 사례다. 이 교수는 "O2O를 통해 세상을 최적화시키고 이것이 곧 다수를 위한 맞춤서비스라는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이 된다"며 "혁신하려면 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복합기술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적화를 위해 중소벤처에 필요한 6대 융합기술로 서비스디자인, 적정 기술, 게임화, 플랫폼, 핀테크, 증강·가상현실을 꼽았다. 오프라인 시장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여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는 기술들이다. 가령 플랫폼은 거래·서비스 비용을 최소화해 전체 시장의 효율을 높인다. 자원의 제약을 벗어나게 하는 디지털경제를 이끄는 핵심이다. 아마존은 팔리지 않는 책을 진열하지 못하는 기존 서점의 한계에서 벗어나 온라인에서 비인기 서적을 팔아 돈을 번다. 상위 구매자 20%가 나머지 80%보다 더 많이 산다는 파레토 법칙을 넘어 하위 80%가 상위 20%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든다는 롱테일 경제를 앞당기는 요소인 셈이다.
이 교수는 "구글·애플·아마존·알리바바 등 거대 플랫폼 기업이 롱테일 법칙을 추구하는 혁신기업들과 융합하는 것이 곧 창조경제"라고 설명했다.
최적화를 위한 6대 기술이 있다면 O2O 결합을 위한 6대 요소기술도 있다. 사물인터넷(IoT), 3D프린터, 웨어러블(IoB),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은 시장 확대에 필수적 기술이다. 한낱 가정용 보일러 온도조절기 제조업체에 불과했던 네스트를 구글이 거액을 들여 인수했을 때 조롱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네스트를 통해 시공간을 지능화하는 IoT를 품은 구글은 짧은 시간에 미국 가정용 IoT 표준을 장악했다. 이 교수는 기기 간 인터넷 연결을 의미(Internet of Things)하는 IoT가 이젠 학습을 통해 지능을 얻는 '창발적 지능(emergent intelligence)'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요소기술들을 따로따로 떼어내서는 창업하기 어렵다"며 "대신 일반 분야 예비창업자들이 이 기술들을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O2O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임에 틀림없다"며 "현재 커머스 등 일부 영역에만 국한된 O2O에서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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