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메이드 바이 코리아' 정책 채택 전 대논쟁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존 산업정책의 기본 틀을 확 바꿀 것을 정부에 조언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에서 연구개발(R&D), 설계와 같은 핵심 분야를 제외한 단순생산의 해외이전은 되레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급속히 줄면서 '한국의 소재 수출·중국의 조립생산'이라는 분업구조가 깨졌고 국내 기업들이 고임금의 덫에 걸렸다는 현실 인식이 근거로 작용했다. 국내의 힘만으로는 저성장에서 탈출할 길이 보이지 않으니 해외로 나가서라도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고육책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서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로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추락했고 수익성도 2007년의 3분의2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수출은 올 들어 단 한 번도 늘어나질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할 판이니 대책이 절실했을 터다. 그럼에도 기업의 해외생산 확대가 우리에게 이익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기업들이 해외로 설비를 옮기면 당장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일할 곳이 없어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는 최악이다. 해외생산 증가로 국민총소득(GNI)이 늘어난다고 그 혜택이 가계로 흘러 들어갈지도 의심스럽다. 지난 22년간 GNI에서 기업의 비중은 16.1%에서 23.3%로 늘어난 반면 가계 비중은 71.5%에서 62.3%로 떨어졌다. 기업 소득 증가가 오히려 가계와의 소득 양극화만 키운 꼴이다.

산업정책은 기업뿐 아니라 국민 경제 전반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연구소 한 곳의 조언을 따르기에는 그 후폭풍이 너무 크다. 우리는 대·중소기업은 물론 정부와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대협의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현 정책에 대한 재평가와 새 정책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장단점을 면밀하게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과연 정부와 기업이 국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 소홀하지 않았는지도 꼭 짚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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