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사진)CJ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10일 열린다. 재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한 만큼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CJ그룹은 아직 결과를 낙관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는 10일 오후 4시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연다. 지난 9월 대법원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재 지병으로 인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이날 공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대법원은 이 회장의 항소심에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적용한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에서 형법상 배임죄가 적용되면 이 회장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정부가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어느 때보다도 강조하는 상황에서 재계 14위인 CJ그룹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앞서 출소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단행하며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도 이 회장의 출소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구속 이후 CJ그룹은 줄줄이 전략사업에서 차질을 빚고 투자계획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며 "감형은 쉽지 않더라도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판단한 만큼 집행유예는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조속한 경영복귀를 내심 기대하면서도 결과를 예단하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장기간의 수감생활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만큼 당장 경영일선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며 "다만 이 회장의 부재로 그룹의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에 차질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