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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화의 거목이 영면한 빈소에는 여야를 떠나 깊은 애도와 추모의 물결이 넘쳐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평생동지에서부터 경쟁자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죽음 앞에서 한결같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는 아침 일찍부터 조문객의 행렬이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가장 먼저 찾은 조문객은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었다. 현재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의장은 오전2시10분쯤 장례식을 찾아 "애통한 마음을 말로 다할 수 없다"며 "며칠 전 마지막으로 만나 김영삼민주센터 건립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는데 갑자기 떠나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오전8시30분께 김영우 수석대변인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김 대표는 충격이 큰 듯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한 뒤 향을 피우려다 손이 떨렸는지 향을 떨어트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통해 여의도에 발을 들였고 이후 정치 역정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김 전 대통령의 조언을 구해왔다. 두 번 절을 하며 흐느끼던 김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교수를 끌어안고 또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김 대표는 "저는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상주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상도동계의 영원한 맏형인 최형우 전 의원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부터 비틀거리며 오열했다. 최 전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측근그룹인 상도동계에서도 "좌(左) 최형우, 우(右) 김동영"이라고 불리는 최측근이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교수의 부축을 받고서야 최 전 의원은 빈소에 들어섰다.
3김 중 마지막 생존자이면서 김 전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빈소를 찾아 시종일관 김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김 전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은) 신념의 지도자"라며 "다른 사람들이 못 하는 일을 하신 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어록들을 꼽아가며 경쟁자의 삶을 회고하기도 했다.
거목의 죽음을 추모하는 데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 등 야당 중진의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문 대표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씀과 정치철학을 저희가 되새겨야 될 것 같다"고 밝히며 "이제는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전임 대통령으로는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문상 도중 "마지막 남은 민주화의 상징이 떠나셨다"고 말문을 연 뒤 "남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선진 민주주의, 선진 산업화를 잘 이뤄나가는 게 아마 김 전 대통령이 꿈꾸던 것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날 임시국무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국무위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일반 시민들도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이모(서초구 반포동·80)씨는 "평소 너무도 존경하는 분이라 몇 번이고 집에도 찾아가고 그랬는데 한 번도 못 뵀다"며 "새벽에 뉴스 보고 너무 놀라고 마음이 아파 직접 조문을 왔다"고 슬픔을 표했다. /송대웅·전경석기자 kada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