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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과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며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만큼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중소기업판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고 있는 '히든 히어로'들도 있다.
한샘의 강승수 사장은 국내 대형 항공사 법무팀에 근무하다 지난 1995년 매출액 2,000억원대의 중견기업었던 한샘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주변에서는 강 사장의 결정이 의외라는 반응이었지만 강 사장은 보다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가구·인테리어 산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강 사장은 당시 부엌가구 사업만 진행하던 한샘에서 인테리어가구 사업부문에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2년 만에 인테리어가구 부문을 신설하고 2001년 한샘을 인테리어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그는 IMF 사태가 터졌던 1997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스톱 토털 인테리어 전시장인 한샘플래그숍을 오픈했다. 점차 단일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침실·거실 등 공간의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고 어떻게 이 공간을 꾸밀지에 대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시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샘은 현재 매출 1조원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에서도 그의 인테리어 사업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인정해 입사 이후 10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시켰고 2013년에는 사장 자리에까지 앉혔다. 강 사장은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갖춘 한샘이 대기업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당시 대기업에 다닌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술을 사고 있으니 이만하면 중소기업에 입사해 성공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 성장팀에서 일하던 윤영호 바른컴퍼니 사장은 전략을 세워도 회사 정책으로 반영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회의감을 느꼈다. 오너 체제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려면 의사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너무 길었고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다. 주체적으로 일하기를 꿈꿨던 그는 십여년간 일했던 대기업을 떠나 청첩장 전문업체 바른컴퍼니 임원으로 합류하게 됐다. 그는 대기업에서 하지 못했던 성장전략을 바른컴퍼니에 적용해 회사를 올해 강소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윤 사장은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인 1990년대에는 대기업이 중심이 돼 경제를 키우는 방향이 맞았지만 이 패러다임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찾아올 것"이라며 "중소기업도 백년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그 꿈을 이루기에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조직환경이 더 좋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송명식 시냅스테크놀로지 대표는 국내 정보기술(IT) 업종의 중소기업에 8년가량 다니다가 2010년 창업해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 등을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로 만들어주는 서비스 플랫폼 업체인 시냅스테크놀로지는 언론사·대기업들의 온라인 솔루션을 구축하는 성과를 내며 창업 4년 만에 벤처기업 인증서까지 받았다. 송 대표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한 분야에 대해 더 넓은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창업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중소기업의 업무는 대기업보다는 덜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한 프로젝트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며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대기업만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단은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기업을 가리지 말고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하고 그 산업의 전체적인 특성과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광우·백주연기자 pres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