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자가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잘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주요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적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정 의장에게)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정 의장은 정 대변인의 ‘책임론’에 대해 “지당한 말씀이지만, 그런 정도는 국회의장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데 구태여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금 들었지만 어떻게 생각한다기보다 다 나라를 걱정해서 하는 얘기니 넓게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직권상정에 대한 압박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여유를 보였다.
다만 정 의장은 “왜 자꾸 대통령과 나를 각 세우려고 하나. 가능하면 그런 질문은 피해 달라”며 청와대와 국회의장 간 ‘충돌’ 양상으로 묘사되는 현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표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이 아닌 일반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내 생각은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며 “내가 성을 정(鄭)에서 다른 성으로 바꾸든지…”라고 말했다.
친정인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여당 내부에서 국회의장 해임 결의안 제출 의견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정 의장은 농담조로 “해임안을 내서 통과되면 내가 (국회의장을) 안하면 된다”며 “해임이 그렇게 쉽게 되겠냐”고 했다. 전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건넨 직권상정 요구서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인) 156명의 연서로 가져왔던데, 그 156명한테 일일이 도장 찍었는지 체크해봐야 하나”라고 당내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의장은 서청원·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도 최근 연속해서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 의장은 이르면 18일 여야 원내대표를 다시 불러 선거구 획정과 쟁점 법안 처리 문제에 대해 진행상황을 듣고 합의처리를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