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야당은 글로벌 경제 '까막눈'



#1. 지난 1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PICC) 회의실. 박근혜 대통령과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스탠딩 환담을 했다. 박 대통령은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발효를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쯔엉떤상 주석은 "우리는 비준을 완료한 상태다. 한국만 준비되면 언제든지 양국 간 FTA 발효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FTA 비준을 미루고 있는 한국 국회를 이해할 수 없다는 묘한 표정이었다.

#2. 201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식이 열린 19일 마닐라의 PICC 건물. APEC 21개 회원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서비스 규제 개선을 위해 역내 서비스 산업의 규제 상황을 분석하고 규제 개혁의 속도를 높이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도 정상들은 규제 개혁을 통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약속했다.

시선을 돌려 한국 국회를 들여다보자. 한중 및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등 3개의 FTA가 국회 비준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농수산 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엽말단적 꼬투리를 잡거나 다른 법안과 연계해 통과시키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글로벌 국가들은 경제성장률 제고, 교역 확대를 위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일본 등 12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이미 체결하고 발효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 등 16개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타결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APEC 국가들은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창설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최종 연구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글로벌 국가들은 국가 간 또는 지역 간 FTA 체결로 성장 둔화의 거친 파고를 헤쳐나가려는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시각 교정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쟁과 꼼수를 접고 하루라도 빨리 FTA를 비준해 교역과 투자 활성화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 나라 경제의 미래가 달린 문제를 가지고 '정치 장난'을 쳐대서는 안 된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도 발등의 불이다. 지난주 연이어 개최된 G20·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에서 각국 정상은 제조업을 통한 성장은 한계에 달한 만큼 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고용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상선언문에는 서비스 산업 로드맵도 담겼다.

우리 국회에는 서비스산업발전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 지원법, 의료법 등 서비스 관련 법안들이 속절없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은 정부가 2012년 7월과 10월 각각 국회에 제출했으니 3년을 넘긴 셈이다. 야당은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된다느니 임시 일용직 일자리만 늘어난다느니 대기업에 유리하다느니 등 갖은 구실과 핑계를 들이대며 차일피일 법안 통과를 미루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서비스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도약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국회 정쟁에 휘말려 정책 집행의 기회조차 잃고 있다.

야당은 국회선진화법의 장막에서 나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FTA 체결과 서비스 산업 육성을 내세워 글로벌 경제는 힘찬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까막눈' 야당은 언제까지 앵무새처럼 정부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정치부=서정명차장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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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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