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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말 그대로 이방인이다. 그런 이방인과 경계의 벽을 허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언어다. 언어는 사람 간 소통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창의 역할을 하고 드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맘껏 펼쳐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인 입장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보면 무척 뿌듯하다. 외국인의 능숙한 한국어 구사는 무엇보다 우리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다. 낯선 사람을 친구로 사귀고 그 친구를 통해 딴 세상을 알아간다는 점에서 외국인은 언제나 우리에게 흥미롭다.
많은 세계인이 이제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어로 노래하는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언어와 예술에 대해 비교적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조차 얼마 전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수능시험 격인 '바칼로레아'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격상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한국어가 국제언어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해외 54개국 138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은 6만여명(온라인 학습자 포함)에 달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근래 지역이나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 2012년 세종학당재단을 설립해 세종학당을 통한 한국어 보급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 열풍은 한국과 교류가 비교적 드문 중동 및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로까지 확대됐다. 지구 정반대편의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남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세대가 20대 젊은 층에서부터 50~60대까지 점차 폭넓어졌다. 직업군도 소수 학자층에서 공무원과 전문직·변호사·방송인 등으로 다양해졌다.
그래서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한국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멋들어지게 한국 대중음악을 한 곡조 뽑거나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다. 그들 중에는 한국어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한국어를 통해 자신의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그려가는 이들도 많다.
어떤 이는 한국 대기업 현지법인 취업의 꿈을 꾸기도 하고 화장품 등 한국산 인기 상품을 현지에 소개하는 무역업에 관심을 두기도 한다. 한국 대중문화에 빠져 한국에서 한국 영화를 만들거나 한류 연예인처럼 현지인을 인기인으로 양성하는 연예기획 사업에 일찌감치 눈을 돌린 경우도 있다. 그런 꿈들을 일궈가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 벅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의 국가위상이 높아졌다. 지구촌을 휩쓴 한류가 이를 상징한다. 한국 경제가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고 문화·외교·스포츠 등 분야의 한국인 활동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덕분이다.
문자 자체로 한글이 가진 과학성·편리성·독창성·보편성·아름다움도 한국어의 매력이다. 해외 명사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한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클레지오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말만 있고 문자가 없는 소수언어를 보존하려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모든 소수언어는 한글로 쓸 수 있기에 한글 교육은 분명히 세계적인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어의 본고장인 한국에서는 한국어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 사회에 외래어·외계어가 범람하고 모국어보다는 외국어 학습에 지나친 투자를 한 나머지 각종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어와 중국어·일본어를 비롯해 여러 언어에 능통한 로버트 램지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의 지적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최근 "어린 시절부터 영어학습에 매달리는 한국인들을 볼 때마다 매번 놀란다"며 "특히 '기러기 아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국만의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다가오는 한글날을 계기로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한국어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한국어를 더욱 아끼고 다듬는 일에 앞장섰으면 한다.
송향근 세종학당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