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노인복지법으로 규정된 노인 연령기준인 만 65세를 만 70세로 올리자는 의견을 두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한노인회가 지난 5월 노인 기준을 70세로 올리자고 결의해 논쟁이 시작된 후 정부도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을 통해 노인 연령 재정립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또 최근 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 상향 조정' 안건을 정기이사회에서 통과시키면서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찬성 측은 65세 정도를 노인으로 보지 않는 사회 인식 변화에 맞춰 기초연금·의료비 지원 등의 혜택 대상자를 최소화해 정부와 지방정부의 복지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반대 측은 현재 노인빈곤율이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연령을 높이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청장년층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찬성-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고령화 속도 1위… 국가존립 위해 불가피
● 100세 시대 사회적 부양기간 급증
● 복지제도별 차등 적용해 부작용 최소화
● 고령 일자리·임금체계 손질 병행해야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논란이 일고 있다. 빠른 인구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노인 연령 기준 조정이 필요하기는 하나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 끝에 기초연금이 도입되기는 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사용하는 상대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노인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주장이 일리는 있으나 인구 고령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이후 새로운 인류가 나타났다는 의미에서 최근 들어 호모 헌드레드라는 말이 자주 인용된다. 100살까지 장수하는 새로운 인류가 나타나다 보니 새로운 차원의 대처방안 모색이 필요해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생주기는 경제활동 준비기간 30년, 경제활동기간 30년, 그리고 은퇴기간 20년으로 이뤄지는 80년 정도다. 70년 정도에서 10년 늦춰지기는 했으나 이마저도 상황 변화에는 뒤처진 것 같다. 고작 30년 정도 경제활동을 하고 60∼70년을 사회적으로 부양받는다면 그 사회가 어찌 유지될 수 있겠는가.
국가 간 비교지표로 OECD 평균을 좋아하는 우리가 간과한 대목이 있다. 고령화 속도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가 평균 개념으로 접근할 경우 예상되는 혼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평균수명이 30년가량 늘어나는 동안 스웨덴과 뉴질랜드의 평균수명은 고작 5년 정도 늘어났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만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향후 30여년 동안 80세 이상 인구 증가 역시 가장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판단되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노인 기준 연령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큰 혼란이 초래되지 않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노인 기준 상향 조정을 우려하는 이유는 복지 혜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 연령이 올라가면 지금 받고 있는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해 노인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문제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 기준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되 복지제도별, 노인 연령별로 차등 적용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획일적으로 70세를 적용하는 세대는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새로 65세로 진입하는 세대로 한정하고 현재 65세를 기준으로 일괄 적용되는 다양한 복지제도를 제도별·연령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지하철 무료 이용과 공공시설 무료 이용의 경우 70세 이상은 현행처럼 운영하되 65세부터 70세 이전의 연령층은 소득과 재산, 여러 복지 혜택 수혜 정도를 감안해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새로 65세에 진입하는 연령층은 현재 기준의 기득권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70세를 적용하되 충격 완화를 위해 점진적으로 적용해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우리보다 복지제도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 역시 가는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 역시 환경 변화에의 적응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 고령 근로를 장려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00% 이상을 국부펀드로 확보하고 있는 노르웨이 역시 고령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최대 75세까지 연장했다. OECD의 정책권고 방향도 '오래 사는 만큼 일을 더 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 같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대한노인회도 기준 연령 70세 상향 조정을 제안했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오래 일하는 우리 현실이 문제가 아니라 중고령자 일자리의 질이 형편없다는 현실이 문제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도 문제나 주된 직장에서 나와 단기계약직으로 전전하며 낮은 보상을 받는 우리 현실에 문제가 더 많다. 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이 제일 긴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 일정 연령 이후부터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점진적 퇴직 활성화와 이를 통해 젊은 층과 일자리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여건이 바뀌어야 노인 기준 상향 조정안이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대-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변호사
복지축소로 이어져 노인빈곤만 심화
● 韓 노인빈곤율 49% OECD 최고 수준
● 연금 지급 늦추면 개인·가족 부담 가중
● 부양 책임에 양극화·저출산 심해질 것
보건복지부가 복지비용을 절감하고 노령사회에 대한 대비 차원으로 '고령'의 기준을 재검토하고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일 경우 노인복지의 기준 연령이 높아지게 되므로 노인 연령 상향은 바로 노인복지 축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심각한 노인빈곤 현실에서 노인 기준 연령 상향과 노인복지 축소에 찬성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을 기록하는 나라에서 노인복지를 축소한다면 노후빈곤의 책임이 전부 개인과 가족의 부담으로 돌아가 지금도 심각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노후빈곤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실은 지금도 비참하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로 OECD 평균인 13%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10만명당 64명으로 OECD 평균 자살률인 11명보다 6배 가까이 높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도 노인복지 수준은 매우 낮다. 소득 하위 70%의 어르신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20만원 남짓으로 최저생활을 유지하기도 부족한 수준이며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 수급자는 34.8%에 불과하다. 지금도 부족한 복지를 더욱 축소한다면 노인들의 현실은 더욱 암울해질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평균 은퇴연령이 53세 정도로 은퇴 연령과 연금 수령 연령 사이의 간극이 큰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 수령 기준이 되는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린다면 가뜩이나 힘든 장년층에게 더욱 큰 부담을 안길 것이 확실하다.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 더 활동적으로 노후를 맞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 세대의 경제활동 참여는 지금도 오히려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최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후소득에서 근로·사업 소득의 비중이 50%에 달하며 연금 등 공적 이전 소득은 30%에 못 미치는 반면 용돈과 같은 사적 이전 소득의 비율이 무려 19.8%에 달한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에서 노인들의 소득 중 공적 이전 소득의 비율이 70% 이상, 네덜란드는 90% 정도인 것과 비교된다. 즉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노인의 노후는 연금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연금 수준이 너무 낮아 노인들이 일을 하거나 가족들에게 부양받는 방식으로 개인과 가족에게 노후부양 책임이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해 연금 수급 연령이 올라가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노인들이나 노인들을 부양하는 자식 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노인복지는 지금 과다하기보다 오히려 부족한 수준이다. OECD에서 한국을 포함한 28개국의 공적연금 지출액을 추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 기준 한국의 공적연금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9%로 OECD 평균인 9.3%의 10분의1 정도 수준이다. 또 한국의 노인 인구 비율이 38%에 이르는 오는 2050년이 돼도 공적연금 지출액이 GDP 대비 7.7% 수준에 불과해 한국보다 노인 인구 비중이 낮은 OECD 국가들이 평균적으로 GDP의 11.7%를 공적연금으로 지출하는 것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2050년에도 우리나라는 연금 수준이 높지 않은 만큼 복지 과다로 인한 국가재정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빈약한 복지를 적극적으로 늘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노인복지 축소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저출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가 빈약해 노후에 대한 가족들의 부양 부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노인복지를 축소하게 되면 중산층 이하의 가정에 부모의 노후 부양이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양극화를 악화시키게 된다.
더구나 최근에는 노후 대비가 되지 않은 부모부양 부담으로 청년층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어 지금도 세계 최저인 출산율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마저 있다. 대한민국 어르신들, 그리고 어르신들을 부양하는 청장년층은 지금도 충분히 고통스럽다.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양극화와 저출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부작용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