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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가들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최근 수개월간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하자 단기채권을 집중적으로 내다 판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재 외국인의 국내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9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6일 기록했던 고점인 106조2,000억원에서 약 3개월 만에 6조8,000억원 감소한 것이다. 전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9월 말 현재 보유잔액 101조8,270억원에 비해서도 1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을 내비치며 신흥시장의 대거 자금이탈을 불러왔던 2013년 5월 이후 90조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19일 100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도 꾸준히 보유 규모가 100조원을 웃돌았지만 최근 3개월 동안 계속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에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9,370억원의 채권을 매도했다. 국적별로는 프랑스·스위스·룩셈부르크 등이 자금을 뺀 반면 중국과 영국 자금은 국내 채권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만기물량을 중심으로 3조원 이상 빠져나갔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단기채권 투자자들이 최근 원화 약세로 재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단기채권 투자자금은 전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60%로 추산된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 원화채권 잔액이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과 원화가 약세를 보인 시점이 유사하다"며 "저금리에 원화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외국인의 재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국인이 채권 보유잔액 감소가 지속적인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원화채권 금리가 비슷한 신용등급의 다른 국가에 비해 여전히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원화 가치가 최근 안정을 찾고 있어 외국인이 채권투자를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이사는 "규모가 약 29조원으로 추산되는 잔존만기 3년 이상의 중장기 국채 투자자금 중에서 신흥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원화채권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