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법 '대형마트 영업규제 적법' 판결 수긍 어렵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면 골목상권이 보호된다는 지자체의 잘못된 논리를 대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이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골목상권 보호가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이 집계한 전통시장 매출은 2011년 21조원에서 규제가 도입된 뒤인 2012년 20조1,000억원, 2013년 19조9,00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가 전통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의 오류를 드러낸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공익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며 지자체 손을 들어줬으니 이때의 공익은 누구를 위한 공익인가.

이 규제는 골목상권이라는 공익을 보호하지 못한 것은 물론 다른 공익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규제 이후 연간 피해액은 대형마트 납품업체 3조1,329억원, 1차 생산자인 농어민 1조6,545억원, 대형마트 입점업체가 5,496억원에 달한다. 일자리도 줄어 대형마트 및 대형슈퍼마켓(SSM)의 대졸 신입 및 경력 채용규모는 규제도입 전보다 80% 감소했다. 영세상인을 보호하겠다는 규제가 일하는 영세업자·농민과 일하겠다는 청년에게 피해만 입힌 것이다.

프랑스는 1970년부터 골목상권을 살린다며 일정 면적 이상의 점포 출점에 사전허가제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했지만 2008년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규제도입에도 불구하고 골목상권의 매출 비중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달리 우리는 올 들어 대형마트 규제법안만도 10건 넘게 발의되는 등 역주행 일변도다. 오죽했으면 한국규제학회가 지난해 의원입법 규제 관련 보고서에서 19대 국회가 만든 '최악의 의원입법 규제'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조치를 꼽았을까. 긍정적 효과가 보이지 않는 규제를 되레 인정해준 이번 판결을 수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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