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13년 만의 연극신작 '꽃의 비밀' 장진, "초심으로 쓴 작품"

공연 여부 생각 없이 신기(神氣) 받은 듯 일주일 만에 완성-"웃음에 대한 부담 없다"



생각 많고 힘들었던 2014년의 끝자락, 예상 못 한 감기처럼 ‘그분’이 찾아왔다. 일주일 만에 희곡 하나를 완성했다. 탈진할 겨를도 없이 바로 다음 주, 새해 벽두부터 또 다른 희곡을 뚝딱 써 내려갔다. “마치 신기 받아 쓴 것 같다”는 두 편의 이야기. 그중 하나가 먼저 무대에 오른다. 연출가이자 영화감독인 장진(사진)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연극 ‘꽃의 비밀’이 그 주인공이다.

2002년 ‘웰컴투동막골’ 이후 장진이 내놓은 ‘꽃의 비밀’은 이탈리아 북부의 평범한 아줌마 네 명이 남편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각자의 남편으로 변장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믹극이다.


창작자로서, ‘40대 중반을 통과하는 개인’으로서 고민 많던 그에게 ‘꽃의 비밀’은 오랜만에 공연을 염두에 두지 않고 쓴 작품이다. “이런 식의 글을 쓴 게 20년 만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머리에서 맴돌던 이야기를 사무실에 앉아 며칠 만에 완성했는데, 희곡을 대하는 초심의 기분도 살짝 느껴지더군요.” 무대에 오르든 오르지 않든 글 쓰는 게 그저 즐거웠던 시절, 습작으로 끄적거린 희곡 중엔 장진의 대표작 ‘허탕’, ‘서툰 사람들’이 있다. 그때의 기분을 느끼며 써 내려간 이야기는 배우 조재현이 운영하는 수현재컴퍼니와의 공동제작이 성사되며 비교적 일찍 관객과 만나게 됐다.

관련기사



‘장진’이란 이름을 팔지 않아도 작품의 힘만으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연극. 장진은 ‘꽃의 비밀’을 통해 이 점을 보여주고 싶다. 배우 전원을 대학로 소극장 연극에서 활동하는 이들로 캐스팅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 이름을 지우고라도 ‘작품이 좋으면 대학로 배우만으로도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고 싶은 거예요.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가 나와야 성공한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아 늘 안타까웠거든요.”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뷰 내내 ‘전국민을 웃길 13년 만의 신작, 장진 귀환’이라 쓴 공연 포스터를 보며 투덜댔다.



그의 ‘주특기’인 코믹극이지만, 웃겨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장진에게 ‘좋은 코미디’란 웃음의 횟수가 아닌 텍스트 자체가 주는 재미라고. “계속 웃기는 것이 아닌 텍스트 자체가 주는 ‘재미난 이야기’가 중요한 거 아닐까요. (저도 경험했지만) 관객이 웃어준다는 이유로 배우가 약속 외의 대사나 행동을 하면 그 작품은 2주도 채 안 되어 무너져요. 꽃의 비밀로 잘 짠 ‘상황 코미디’를 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배우에게도 ‘불확실한 웃음 때문에 모험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꽃의 비밀’의 다양한 변주도 기대해 볼만 하다. 장진은 초연 이후 다시 공연을 올릴 땐 네 명의 아줌마를 여장한 남자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번에 시도하려다 초연작엔 과한 설정일 수 있다는 판단에 포기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작품을 번안해 해외시장에 선보일 창구도 모색할 계획이다.

영화, 연극, 뮤지컬, 예능… 장르를 넘나들며 호평 못지 않게 혹평에도 익숙해진 그다. ‘왜 이건 잘 안 될까’하고 괴로워 하면 스스로 “후져 보일 것 같다”는 장진은 “아직은 순간순간에 충실하며 ‘깨져도 해봐야지’하는 마음”이라고 웃어 보였다. 꽃의 비밀은 12월 1일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층 라이프웨이홀에서 개막한다.
사진=수현재컴퍼니

송주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