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11·13 파리 테러] 글로벌경제 간신히 버텨왔는데… G2리스크에 테러까지 '설상가상'

테러發 불황오나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무차별 테러는 침체의 기로에서 간신히 버텨온 세계 경제에 또 한 번의 치명타를 날릴 것으로 우려된다. 관광 대국 프랑스가 입게 될 직접적인 타격은 물론이고 경기회복과 디플레이션의 갈림길에서 허덕이고 있는 유럽 경제가 이번 사태 이후 소비와 투자심리 냉각으로 또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유럽 경제의 위축이 유럽을 최대시장으로 삼는 중국 경제의 발목마저 잡을 경우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친 간접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13일(현지시간)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2015년 프랑스는 지난 2011년 말부터 빠져 있던 저성장의 늪에서 마침내 탈출했다"며 "(올해) 1.1%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럽 통계청(유로스타트)이 발표한 프랑스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전 분기의 0% 성장에서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은 소비지출이 0.3% 늘면서 GDP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시간 뒤 파리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사건은 이제 겨우 온기가 돌기 시작한 프랑스 경제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유럽 2위 경제국인 프랑스는 관광 산업이 GDP의 7.5%를 차지하는 세계 1위 관광 대국으로 경제성장이 수출보다는 내수에 기대는 측면이 있다. 한국을 비롯해 각국이 프랑스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는 등 테러에 대한 공포감으로 관광 산업의 피해가 이미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면 4·4분기 경기악화는 불가피하다. 2001년 9·11 테러를 전후해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8월 114에서 10월 85.5까지 급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충격에 휩싸인 프랑스인들이 당분간 지갑을 굳게 닫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피해는 프랑스 경제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와 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역시 파리 테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가뜩이나 신흥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성장률 둔화, 낮은 물가상승률로 허덕이고 있는 유럽 경제는 다시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앞서 유로스타트 발표에 따르면 유로존의 3·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0.4%)보다 낮은 0.3%에 그쳤고 지난달 이 지역 물가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0%에 그쳐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진입한 상태다.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폭스바겐 스캔들이 가져온 수출 부진으로 더 이상 성장동력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2위 경제국인 프랑스발 공포심리가 주변국으로 확산되면서 내수 위축이 본격화할 경우 유럽 경제는 2011년 재정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는 12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지만 테러의 경제적 파장이 장기화할 경우 ECB의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게 될지도 미지수다. 게다가 테러의 공포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선진국으로 확산되고 유럽발 경제 위축이 유럽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등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경제 전체에 충격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아직까지는 파리 테러가 글로벌 경제 전반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섀인 올리버 호주 AMP캐피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테러의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투자 결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만큼 금융시장도 단기간에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최대 교역상대인 유럽연합(EU) 경제가 흔들린다면 중국 경제도 테러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팀장은 "중국의 교역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 유럽인 만큼 간접적으로 중국의 내수 위축과 소비 감소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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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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