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저성장 경제 상당기간 지속하리라는 한국은행의 경고

신년 벽두부터 우리 경제에 우울한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글로벌 경기 확장국면별 성장 동인 비교'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저성장을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세계 경제의 원동력이었던 중국과 신흥국이 성장 둔화에 직면했고 투자와 교역이 부진에 빠진 게 주요 이유다. 더 나아가 신흥국 같은 곳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새해에는 희망만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 일찌감치 글로벌 경제에 부는 삭풍 앞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가 먹구름인데 우리만 햇볕이 쨍하고 뜰 리 없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 39곳이 전망한 신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9%다. 정부가 예상한 3.1%보다 0.2%포인트 낮다. 심지어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 전망이 어둡다며 2.2%까지 낮췄다. '무기력한 성장세'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하기야 경제의 양대 주체인 가계와 기업이 눈덩이 빚에 억눌려 있고 그나마 경기를 받쳐주던 부동산 시장마저 최근 들어 점차 싸늘해진다고 하니 어찌 걱정이 안 될까. 경기 침체기의 전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진다고 하는데 새해만큼은 예외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 간절하다.

결국 이 난관을 뚫고 희망을 향해 나아갈 방법은 구조 개혁과 경제 활성화밖에 없다. 경직된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젊은이와 장년층이 서로 일자리를 공유하며 기업들의 경제 극복 의지를 북돋워주는 것이야말로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그 첫걸음은 임금피크제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노동개혁 법안과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의 입법화다. 산에서, 바다에서, 그리고 집 앞에서 원단(元旦)의 해를 바라보며 경제 회복을 두 손 모아 기원했던 국민들에게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화답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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