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차세대 주력사업인 바이오 공장의 표준화 모델을 구축해 다음 공사 때부터 건설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한다. 바이오의약품은 건설을 시작해 생산이 이뤄지기까지 보통 3년 안팎이 걸리는데 이를 대폭 줄여 경쟁업체와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에서 시작한 초격차 전략이 미래산업인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에도 이식되는 셈이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4일 "지금 짓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에서 생물반응기(바이오리액터) 등을 제작하는 표준화 모델을 만들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4공장 때부터는 건설 시작부터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예전보다 절반으로 단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로직스 제2공장이 건설 시작부터 생산까지 30개월, 지난해 12월 공사를 시작한 3공장은 넉넉하게 35개월을 잡았다"며 "표준화 모델을 만들면 앞으로 건설될 4공장부터는 15개월이면 완공 후 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구상은 한국형 표준원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표준화된 공장 설계와 건설 방식을 만들어 이를 체계적으로 적용하면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사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표준 모델의 장점은 해외에 공장을 짓더라도 빠른 속도로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삼성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은 건설부터 생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건설기간을 줄이는 것은 그만큼 거래업체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반도체처럼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3공장 기공식에서 4·5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3공장에서 표준화 모델이 만들어지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력은 다른 제약사가 따라오기 힘든 수준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8만ℓ 규모의 3공장 건설기간을 여유 있게 35개월로 잡았는데 경쟁업체들은 9만ℓ짜리 공장을 짓는 데 40개월 이상 걸린다. 향후 삼성이 건설할 바이오로직스 공장은 2공장(15만ℓ)이나 3공장 수준으로 표준화 모델을 적용해 15개월 안팎에 완공하면 경쟁업체 입장으로서는 사실상 맞대응이 불가능하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새로운 먹거리인 배터리에 초격차 전략을 이식하기로 한 데 이어 바이오에서도 경쟁업체를 압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몇 년 안에 삼성그룹의 핵심사업군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