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몇 년 내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될텐데 이에 대비하려면 미활용 인력풀인 여성 인재를 적극 발굴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여성경제인을 대표하는 여성경제인협회가 앞장서 여성경제연구소를 만들고 대통령직속 여성경제인위원회를 발족시켜 남녀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제8대 여성경제인협회 수장으로 선출된 한무경(58·사진) 회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여성경제인들이 공정한 경쟁의 룰 속에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50대 여경협 회장이 선출된 것은 지난 2004년 제4대 회장인 정명금 전 회장(당시 58세) 이후 꼭 12년 만이다. 젊은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만큼 여경협은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발빠른 대응과 정확한 정보, 폭넓은 네트워크를 무기로 회원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 회장은 우선 달라진 선거 풍토를 전하며 회원사들이 구체적인 정책과 실천 의지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선거 중반에 다소 잡음도 있었지만 16개 지회에 소속된 회원사들을 만나면서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상호 비방보다는 정책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이 나눴고 이를 통해 저 자신도 제 공약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회원사들은 효림산업·효림정공 등 자동차 부품업체 4곳을 직접 창업하고 직수출까지 하면서 연 매출 8,000억원 규모로 키워낸 한 회장의 추진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한 회장이 내세운 공약은 △대통령직속 여성경제인위원회 설립 △여성경제인 명예의 전당과 여성경제연구소 설립 △여성기업전용 인터넷 은행 설립 △여성경제인 공동브랜드 개발 △회원사 생산제품 구매를 위한 '서로사랑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한 회장은 "여경협이 다소 정체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이제는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 경제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소통과 혁신'을 통해 회원사들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고 혁신의 필요성과 방향을 설득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보다는 여성경제인의 권익이 존중되는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남녀평등의 역사가 우리보다 오래된 미국에는 국립여성경제인위원회(National Women's Business Council)가 있습니다. 경제계 여성 거물들이 한 데 모여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고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 거죠."
지난 1988년 설립된 국립여성경제인위원회는 미국 내 여성기업을 위해 대통령과 의회, 미국 중소기업청을 대상으로 중요한 경제 이슈와 현안에 대해 조언과 자문을 제공하는 연방자문위원회다. 현재 여성경제벤처 설립자인 마샤 베일리와 모건스탠리 부사장인 칼라 해리스 등 15명의 여성 재계 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한 회장은 "일각에서는 여성경제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여성 경제인은 남성에 비해 지연, 학연, 혈연 등 네트워크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며 "본인의 능력과 별개의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여성 경제인의 특수한 상황을 정부와 국회 등에 알릴 상시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18년부터 인구 절벽이 오는데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활용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하고 여성경제인이나 여성 창업가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 "맏언니 격인 여경협이 다른 여성경제단체들과 힘을 합쳐 한 목소리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특히 여성경제인들이 사업을 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명예의 전당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농사를 하거나 어업에 종사하다가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으면 정부나 지자체가 보살펴 주지만 경제인들은 문제가 생기면 기댈 곳이 거의 없다"면서 "사업을 잘 하면 우리끼리라도 격려하고 축복의 박수를 쳐주자는 의미에서 여성경제인 명예의 전당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거나 매출 혹은 수출에 높은 기여를 한 여성경제인을 선정해 얼굴 동판을 떠 여경협에 공식적으로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밖에 여성기업전용 인터넷 은행 설립과 공동 브랜드 개발, 서로사랑 네트워크 구축 등 자신의 내건 공약만큼은 임기 내에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고속성장 시대에는 각자의 역량을 극대화해 성장할 수 있지만 저성장의 뉴노멀 시대에는 힘을 모아 시너지를 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보다 공정한 경쟁 환경과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통해 여성경제인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데 온 힘을 쏟겠습니다."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