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코오롱플라스틱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 경량화 추세에 맞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코오롱플라스틱은 폴리옥시메틸렌(POM)·폴리아미드(PA)·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등 자동차용 부품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물론 제너럴모터스, 포드, BMW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에 차량 경량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차량 연비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신차를 고를 때 연비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차량 무게를 줄여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범용 플라스틱보다 강도·강성·내열성 등이 높아 금속을 대신해 자동차나 전기·전자 부품 소재로 쓰인다.
코오롱플라스틱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A, POM, PBT,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폴리에테르이미드(PEL)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POM과 PA의 매출은 각각 749억원, 737억원으로 총 매출(1,857억원)의 80%를 차지했다. 특정 첨가제를 혼합해 만든 PA 컴파운드 제품은 내열성 및 강성이 우수해 엔진과 연료 관련 부품에 주로 채택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유럽의 주요 완성차 회사들의 1대당 평균 플라스틱 사용량은 독일 벤츠가 310kg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BMW(300kg), 폭스바겐(270kg), 피아트(210kg) 등의 순이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유럽 평균(270kg)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석원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차량 경량화 추세에 따라 차량에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0년대 13%에서 오는 2020년 18%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이 POM 생산 분야에서 높은 기술 진입 장벽을 보유한 것도 중장기적인 회사 성장의 플러스 요인이다. 현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업체 중 고부가가치 제품인 POM 생산 기술을 보유한 곳은 국내 기업 중 코오롱플라스틱이 유일하다. 회사 관계자는 “범용 플라스틱 제조업체 수익성은 기초 원료인 유가에 큰 영향을 받지만, 기술력이 필요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경우 최근 유가 하락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지닌 글로벌 선진 화학업체들이 꾸준한 영업이익률을 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석원 연구원은 “코오롱플라스틱의 POM 수익성은 선진 글로벌 화학업체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고 생산 노하우 축적과 고객사 다변화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가장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중장기적인 사업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POM 사업으로 확보한 기존의 90여개국에 달하는 해외 네트워크를 더욱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PA, PBT, TPEE 등의 해외 판매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특히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컴파운드를 생산, 현지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앞서 코오롱플라스틱은 지난해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 있는 ‘장쑤한수 신재료유한공사’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컴파운드 위탁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장쑤한수가 위치한 화둥 지역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소재로 활용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 전기·전자 분야 주요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업체가 밀집해 있다.
장희구 코오롱플라스틱 대표는 “현지 생산시설이 있는 중국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고 올해부터는 유럽지역에도 생산·판매 거점을 확보한 뒤 2018년까지 미주와 동남아로 순차적으로 전략 거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현지 생산 및 판매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 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POM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품질 경쟁력을 갖춘 프로세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3년 전부터 연구개발 해온 첨단 소재 컴포지트도 올해 안에 양산 설비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룹사와 협력해 자동차 이외의 분야 진출도 검토 중에 있다”며 “생산력 극대화를 위해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도입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